건강한 경고

윤지원 기자/스포츠과학과

  ‘착한 아이 증후군’이라는 것에 대해 다들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착한 아이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들은 부모를 포함한 누구에게도 버림받지 않으려는 마음에 언제나 밝은 척을 하고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며, 매사에 양보하고 사과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답답한 어른으로 자란다.

내가 받은 상처를 알려주는 연습

  부정적인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에게 애써 웃어줘서는 안 된다. 상대로 인해 내가 상처를 받았음을 알리고, 더 이상 넘어오지 말라는 경고를 해야 한다. 건강한 경고는 항상 고민하는 주제다. 어떻게 표현해야 상대와 멀어지거나 관계가 단절되지 않으면서, 또는 프로불편러 취급을 받지 않으면서 내 상처를 말할 수 있을까?
  최근 친한 친구에게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대학내일> 정문정 편집장이 쓴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었다. 책을 열자 개그우먼 김숙의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평소에도 얼평을 일삼는 한 방송인이 김숙에게 “얼굴이 남자같이 생겼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숙은 무미건조한 말투로 “어? 상처주네”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무례하게 군 방송인을 비난하거나 상처받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경고였다. 그러자 방송인은 농담이라며 사과했고, 김숙은 쿨하게 괜찮다며 넘겼다. 피해자가 쿨해 보이다니. 내가 하고 싶은 건강한 경고의 표본이었다. 상처받은 순간, 감정에 북받쳐 이를 호소하거나 괜히 웃으며 참아보려 하지 않고, 그 상황에서 상대가 나한테 한 행동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었다.
  책에서 정 편집장은 단호하고, 우아하게 경고할 수 있는 방법을 실제로 사용하려면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일 조금씩 운동을 해서 몸을 가꾸듯 자기표현의 근육을 키우는 데에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인내의 부작용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서로 동일선상에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만 참으면 유지되는 관계라며 억울해 하면서도 상대와 멀어질까 지레 겁먹고 경고하지 못한다. 하지만 상대가 나에게 무례하게 굴고 있음을 ‘알려’주는 경고 따위가 그 관계를 단절시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뱉지 못해 차곡차곡 쌓아둔 경고들을 한꺼번에 쏟아낼 때 관계가 단절된다. 건강한 경고를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때마다, 내가 삼키다 못해 쏟아 내버린 부정적인 감정들 때문에 잃게 된 아까운 인연들이 스쳐간다. 그리고 그 후회는 종종 감수성이 폭발하는 새벽시간, 이불킥으로 이어진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그런 후회를 하지 않길 바라며, 꾸준히 실수하겠지만 그럼에도 경고하는 연습을 멈추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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