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인재 대란

  내가 인공지능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접속하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다. 구글에서 배포하는 딥러닝 라이브러리인 텐서플로에 관련된 페이지다.
  TF코리아는 텐서플로를 시작으로 데이터사이언스에 이르기까지 많은 토론과 자료교환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활동하는 사람들도 썩 신사적이라서, 누군가가 어려움을 호소하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정성스레 답을 남겨준다. 구글링을 하는 것보다 TF코리아 페이지에 질문을 남기거나 페이지의 검색 기능으로 키워드 검색을 해보는 것이 더 결과가 만족스러울 때도 있다.
  우리나라에 갑작스럽게 인공지능 바람이 분 것은 2016년의 ‘알파고 쇼크’ 이후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알파고의 존재는 이미 2015년에도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들 알고 있었으리라. 그래서일까, 2015년부터 약 3년이 지난 지금, 학계가 아닌 업계에서 미친 듯이 인공지능 분야 경력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2015년에 학부 졸업 후 인공지능 분야로 연구를 시작했으면 석사 수준의 경력, 머리 좋은 사람들은 학부 중에도 적지 않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기업들은 역시 돈의 냄새는 잘 맡아서, 그 경력자들이 슬슬 사회로 진출할 때가 됐다는 것을 직감한 것 같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인공지능 분야의 유명인 중 한 분인 홍콩과학기술대학 김성훈 교수님은 2017년 하반기에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김성훈 교수님처럼 학계의 선구자분들을 기업들이 탐내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이제는 기업들이, 선구자들 아래에서 일할 연구자들을 발 빠르게 사냥하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 인재확보에 열을 올렸던 국내 기업은 네이버였다. 2016년 출범한 네이버랩스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버랩스도 마찬가지고, 기업들은 대체로 인재확보 공고를 자사 홈페이지에 올려두었는데, 그게 영 시원치 않았던 모양이다. 언젠가부터 페이스북 TF코리아 포럼에 중소기업들의 인재영입 공고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런 중소기업들은 대체로 인공지능 분야의 석학이나 모임이 나서서 만든 기업들로, 어찌 보면 규모는 작지만 정보는 빠른 곳들이었다.
  네이버 같은 대기업들도 종종 포럼에 은근슬쩍 공고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결국 네이버가 일을 냈다. 4월 초에 네이버는 TF코리아 포럼에 무려 100명의 인공지능 분야 경력자를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간 모집인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던 분위기를 깬 것은 둘째 치고, 100명이라는 ‘규모를 강조한’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는 것이 매우 놀랍다. 이에 반응이라도 하는 것인지, 그 후로 다른 대기업들, 심지어 국가기관까지 구체적인 모집인원을 명시하며 포럼에서 인재 영입에 나섰다. 업계는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하는 인공지능 분야 경력자들을 앞 다퉈 모집하려고 난리다. 이 대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손준하 (메카트로닉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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