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

  1953년 제작된 로마의 휴일은 아카데미 10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며 화제가 된 영화이자, 오드리 햅번을 단숨에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이다.
 로마의 휴일 줄거리는 왕실의 딱딱한 제약과 정해진 스케줄에 피곤해 지고 싫증난 앤 공주가 보호자의 통제를 몰래 빠져나와 평범한 아가씨 행세를 한다. 그러다 조 브래들리라는 미국인 기자를 만난다. 앤 공주는 그가 기자라는 사실을 모른 채, 그와 함께 로마 거리를 다니며 서민의 즐거운 생활을 맛본다. 앤 공주는 조와의 고별식이 다가오자 무척이나 아쉬워한다. 반면 조는 굴러들어온 특종감에 앤 공주를 데리고 일부러 로마 거리를 쏘다니면서 헤프닝을 벌여 특종 사진을 대거 촬영한다. 하지만 조는 공주를 알아갈수록 그녀의 순수함을 이용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어느새 둘은 서로 사랑에 빠짐을 깨닫지만, 그들의 신분차이에 그 짧은 시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임을 알게 된다. 앤이 왕실로 돌아와 기자회견을 여는 자리, 조는 특종을 목표로 찍었던 사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앤에게 건네준다.


  우리는 대개 공주가 등장하는 이야기에 백마 탄 왕자님과 해피엔딩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반대로, 공주님을 사랑한 일개 기자가 등장한다. 어디에도 왕자님은 없다. 게다가 신분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새드엔딩으로 끝난다. 이 영화는 기존 해피엔딩을 뛰어넘는 관객의 마음이 편한 새드엔딩처럼 보인다. 완전히 사랑에 빠지기 전, 그들은 서로의 차이를 깨닫고 선을 긋는다. 그로 인해 관객들은 조와 앤 공주가 현실에 부딪히는 고통스러운 장면들을 굳이 볼 필요도, 상상하지도 않게 된다. 영화가 제작된 1950년대, 어쩌면 영화 속에서 신분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극복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조를 통해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신분차이의 무게를 표현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대비되게 현실을 깨닫고 있는 공주도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로마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로마에 대한 환상을 심어줄 정도로 관객을 빠져들게 한다. 오는 24일 박물관 영화관에서, 해피엔딩이 지루한 학우들에게 고통스러운 이별이 아닌 아름다운 이별을 느낄 수 있는 영화로 로마의 휴일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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