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생물학도의 시선

  어렸을 적, 가장 많이 듣던 말 중에 하나는 바로 ‘돈’에 대한 얘기였다. 당신들의 일에 굉장히 열정적이셨던 부모님께서는 늘 말씀하셨다. 돈이 아닌 꿈을 쫓아가라고. 그리하여 나는 그것이 진리인 줄, 행복을 향한 지름길인 줄 알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음악에 심취해 있던 나는 노래에서 나오는 가사들이 진리인 냥 믿었다. 노래 가사에 대부분은 꿈, 낭만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고 나 역시 그것만 있으면 행복하고 훌륭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꿈과 희망이 가득찬 나는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신입생 시절, 이 내가 믿던 진리들은 어느 정도 나에게 통용되었다. 딱히 부담이 없던 시기였으니까, 기숙사에 살며, 돈이 많이 드는 일도 드물고, 시간도 상대적으로 많아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현재, 학교에 온 지 3년이 된 지금, 나는 기숙사에 살지도 않고, 돈이 나갈 일은 앞으로도 너무나 많으며,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도 부족하다. 그리고 우리 형이 매일 나에게 하던 얘기가 귀에 게속 들린다.
  물론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은 소수이며 어찌 보면 축복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계속 무언가를 더욱 원하고 그러한 욕심으로 인해 더욱 많은 짐을 지어야 한다. 나 역시 나의 욕심으로 인해 전공 공부가 아닌 다른 공부를 해야 하고 이로 인해 많은 시간들이 소요된다. 그로 인해 경제적인 고민이 이어지고 나는 예전과 같은 풍족한 생활을 포기해야 한다. 너무나 삶을 단순하게 생각했던 나는 그것이 너무나 복잡해서 단순하게 생각하면 곤란해진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고 있다. 꿈이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선 그 안에 수많은 복잡한 과정이 있으며 그에 대한 많은 생각, 고뇌가 필요하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어린아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입생 시절, 굉장히 말이 많고 가볍게 행동하는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 친구를 가볍고 진지하게 대하지 않았으며 그것이 그 친구와 잘 지내는 방법이라 생각하였다. 그렇게 1학년을 마친 후 정말 연락을 한다고도 할 수 없는 그런 관계로 2년여를 보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다른 동기들과 함께 그 친구를 볼 기회가 있었다. 나는 휴학기간 동안 그 친구가 무엇에 종사하였는지 물었다. 나는 당연히 과거의 그 친구의 행동을 생각하여 여행을 다니거나 노는 것에 집중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친구의 대답은 너무나도 달랐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예전부터 신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불우이웃을 돕는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옛날과 달리 굉장히 정갈하고 조용한 모습이었으며 옛날의 가벼운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나는 그 친구의 변화의 출처에 대해 질문했다. 그 친구의 대답은 이것이 원래 본인이며 신입생 시절에는 학교에 적응을 하기 위해 연기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을 처음에 믿진 않았으나 최근 그 친구와 자주 연락하고 대화를 나눔으로써 가벼운 사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란 것을 깨닫게 됐다. 이 친구를 통해 다시 한번 무언가를 생각할 때는 ‘단순’하게만이 아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사람에 대한 판단에 대해서는 내가 본 일면이 알고보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을 반드시 알아챌 필요가 있다고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됐다.
안지수 (산림환경자원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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