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리빙 포인트

  가끔 차비가 없을 때면, 궁동에서 집까지 터덜터덜 걸어가곤 합니다. 후불 버스카드를 쓰는 제가 차비가 없다 한다면 그건 오랜만에 술을 기분 좋게 마셔 버스가 끊겨 버린 날일 겁니다. 집은 반석동. 세종시 바로 옆 동네입니다.

  밤에 터벅터벅 걸을 땐 오직 한 생각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걷기 운동 하고 자면 내일 숙취가 덜할 거야’ 예전 티비에서 주당으로 소문난 연예인이 했던 말을 굳이 입으로 되뇌며 집으로 걸어갑니다. 이리도 중얼거리는 건 아마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이고, 나는 어떻게든 이 발걸음을 옮겨야 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게 밤길을 하염없이 걷다보면 가끔 술이 깰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꽤 외로워집니다. 학교와 집 사이 길에 놓여있단 건 그런 외로움입니다. 계속 걷기에도, 그렇다고 이곳에서 택시를 타기도 애매한 그런 것, 이 밤에 혼자 이 많은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 이럴 때면 그냥 길에 누어버리고 싶지만 정신 붙잡고 끝끝내 집으로 걸어갑니다. 입으론 계속 되뇌며 말입니다.  ‘이렇게 걷기 운동을 하고 자면 내일 숙취가 덜할 거야’ 그렇다고 다음 날 그렇게 숙취가 덜한 거 같지도 않습니다. 애초에 숙취를 걱정했다면 술을 적게 마셔야지 잔뜩 간에 알코올 적셔놓고 힘내라 응원하는 건 친구 자장면에 고춧가루 잔뜩 뿌려주고 나는 매운 거 싫어한다며 엄마미소 짓는 거 같습니다.

  어느새 개강이고 신입생들의 입학과 학교를 꽉 채우는 오후 6시의 풍경은 이제 익숙합니다. 그러나 가끔은 이런 익숙함 속에서 문득 외로워 질 때가 있습니다. 외로움이란 건 이곳에도 저곳에도 포함되어 생긴 교집합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대학생이 되면 고양이도 키우고 멋지게 독립해서 살줄 알았지만 그렇지 못했고 어느새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지만 어른이 되는 건 그날뿐입니다.

  3월도 다 지나가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우린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가야 합니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중간에서 우린 이곳 또는 저곳으로 가야 합니다. 대학엔 왔지만 대학생활이 익숙해 질 무렵 잠에 깨듯 나는 왜 이곳에 왔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래도 걷게 된 길은 끝까지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린 가끔씩 외롭습니다. 그럴 때 무언가 하나를 중얼거린다는 건 꽤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비록 그것이 정말 사소한 것일지라도 말입니다. 그것이 비록 티비서 지나가듯 한 말 이였을지라도 말입니다. 대학에서 성적 잘 못나오면 뭐 어떻습니까. 당신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걸요. 이곳에서 내가 되뇔 수 있는 하나의 사소한 신념을 발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의 여행은 좀 더 웃을 날이 많아질지 모릅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 대학에 온 것도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닐 듯합니다.

충남대교지 편집장 황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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