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던져진 삶의 가능성을 위한 국제자원활동

허창수 교수/교육학과

  2017년 초 교육학과 학생 6명을 모집해서 국제자원활동을 한 적이 있다. 국제자원활동이란 다양한 지역에 스스로 참여하여 지역 주민과 함께 ‘개발’이라는 의미의 협동을 하는 활동이다. 해외봉사활동도 이와 유사하지만, 봉사라는 시혜적 의미가 가진 모순을 고쳐 잡기 위해 활동가들이 활용하는 표현이다. 처음 모집할 때는 많은 학생이 관심을 보였지만, 스스로 비용을 부담해야 해야 한다는 안내를 듣고 참여 인원이 반으로 줄었다. 그 비용은 요즘 대학생들의 한 달 생활비 정도였을 것 같다. 부담될 수도 있지만, 지원받고 봉사하는 활동이라는 학생들의 인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2년 말 6개월 이상 해외 지역에 체류하는 국제자원활동을 위해 학생들을 모집했다. 마찬가지로 모집이 쉽지 않았다. 일상을 장기간 떠나 있어야 하며 한 학기 휴학해야 한다는 부담이 진로에 민감한 학생들에게는 고민일 수밖에 없었다. 여러 차례 공고를 통해 6명을 모집했고, 2개월 이상 준비 과정을 거쳐 현장에 거주하며 교육이라는 자원활동을 진행했다. 이들이 가지고 있었던 국제자원활동에 대한 인식은 매우 흥미롭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저개발지역에 가서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활용하여 지역 주민들에게 ‘무엇인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이는 다양한 매체와 교육을 통해 형성한 것인데, 국제자원활동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쨌든 이들은 교육을 열심히 진행했고 소귀의 성과도 있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급급했던 것 같다. 언어도 생활도 다른 마을에서 6개월간 버티기 위한 생존이 교육보다 더욱 절실했다. 무엇을 위한 활동과 체험인지 학생들은 이후 자신들의 삶에 묻곤 했다.
  나는 2012년 이후 매년 같은 곳에 방문하여 머무르곤 한다. 길게는 한 달 정도인데, 항상 같은 숙소에 있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하고 마을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곳은 황무지였던 곳을 2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농장으로 가꾼 곳이다. 이곳에는 지역의 주민과 외국인들도 자원활동을 하기 위해 온다. 스스로 한두 명씩 찾아와 그곳을 거쳐 간 사람은 상당히 많을 것 같다. 이들이 하는 활동에는 대단한 것은 없다. 교육도 하고 농장일도 도와가며 작은 일에서부터 할 수 있는 것을 함께 나누어서 하면서 지내는 것이다. 그렇게 자원활동을 짧게는 1주일, 길게는 수개월 이상 머물다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 그곳에서는 배낭 하나 메고 동남아시아를 돌아다니며 자원활동을 하는 서양인들도 종종 본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유명한 대학의 학생들도 여럿 있었다. 여행과 자원활동을 동시에 즐기는 세계에 던져진 삶인 것이다. 이들의 참여 동기에는 특별한 이념이나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체험과 함께 여가를 즐기며 발이 닿는 곳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고향에서의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 세계로 던져진 삶의 가능성을 체험하고 있었다.
  나와 함께했던 학생들은 어떤 경험을 했을까? 이후 자원활동을 이어가는 학생, 학업을 지속하는 학생, 해외로 취업을 한 학생, 아직도 인생이라는 미궁 속에서 헤매고 있는 학생도 있지만, 염려와는 달리 당시 체험과 함께 삶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는 것 같다. 가끔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화제는 당시의 경험으로 간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 동안 당시 상황들은 의미를 담은 체험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이제는 스스로 생각했던 편협한 만들어진 세계와 삶이 아닌 미래 지향적인 세계에 던져진 삶의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아직도 진로를 명확하게 정한 것 같지는 않지만, 세계의 가능성 속에 던지는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바람직한지 이성적으로 따져보는 것을 중지하고 세계로 던지는 삶의 가능성을 고민하는 것 같다.
  국제자원활동은 진지한 의미를 담고 있는 활동들로만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국제자원활동의 목적은 아니다. 서로 간의 소통과 교류는 이 활동이 가진 중요한 특성이다. 스스로 선택하고 참여하여 지역 마을에 거주하면서 삶을 배워가는 활동도 그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그렇게 낯선 곳에서 살아가면서 나를 만나는 활동이다. 거창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곳의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인 것이다. 거창한 발단식을 하고 유니폼을 입고 사진도 찍어 주변에 알리며 시끄럽게 참여하는 것이기 보다, 배낭 하나를 메고 이곳저곳 세계에 나를 던져 삶의 가능성을 이해해가는 활동이다. 즉, 국제자원활동은 세계에 삶을 던져 가능성을 체험하는 활동이다. 배낭을 메고 한 달, 두 달, 또는 그 이상 다른 삶 속에 자신을 던져보는 가능성이 풍부한 국제자원활동, 내가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이 권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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