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랑해 킁킁

  감정표현이 서툰 아버지를 위해 신선한 스트레스를 선물하기로 했다.
우리 집 모든 전등은 천장에서 튀어나오지 않는 매립형태이고, 당연히 못 하나 없다.
기본적인 전선도 모두 숨겨놓을 정도로 아버지는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런 아버지께 강아지는 견제의 대상이었다.

처음 킁킁이가 왔을때, 분노라는 감정을 가장먼저 표출하기 시작했다.
킁킁이에 대한 억압을 본 어머니는 5남매 중에서 셋째로 격어야 했던, 서러움이라는 감정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나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함께 나눌 동지가 생겼다.

그 놈이 커다란 눈망울로 쳐다보면 세상 따듯하고 아름다운 느낌이 내 몸을 휘감았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감정을 조금씩 들어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퍼그’라는 견종은 해외에서 심리치료견으로 활약한다고 한다.

우리가 애완견을 입양할때 ‘퍼그’라는 견종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냥 그 녀석이 우리의 주변을 유독 맴돌았으니까.

서로 전화를 자주하는 우리 가족의 첫 마디는 언제부턴가 “여보세요?”에서 “킁킁이는 머해?”로 바뀌었다.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적어도 냄새나고, 털도 많이 빠지고, 쉼없이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우렁찬 코골이를 소유한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래도 사랑해 킁킁아.
최지후 (경영・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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