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하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TV 프로그램 <윤식당 시즌2>는 한국인의 식문화가 낯선 외국인들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들은 젓가락을 신기한 듯 만져보고, 메인 메뉴인 비빔밥을 먹는 방법을 몰라 나물과 밥을 비비지 않고 따로 먹는다. 또 다른 인기 프로그램인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신발을 벗고 실내에 들어가 앉자마자 양반다리 자세가 불편해 어쩔 줄을 모른다.
  이처럼 외국인들에게 한국 음식보다도 더 낯설고 신기해 보이는 것이 한국인의 식사방식이다. 이 책의 저자인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는 ‘외국인에게 한국인의 식사문화가 어떻게 비칠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하여 그 해답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한국인의 식문화를 비교문화사적 연구 방법을 통해 세밀하게 고찰하면서 그 기원을 찾아간다. 조선왕조실록 등의 문헌을 살피고 아시아, 유럽의 식사 방식과 비교하면서 한국인의 식사 방식이 어떤 역사적 과정을 겪으며 형성되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 책은 식사 공간, 앉는 자세, 식사의 형태와 좌석의 배치, 다양한 소재와 형태의 식사, 후식과 반주 등 식탁 위의 메뉴를 제외한 한국인의 거의 모든 식사 문화를 다루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자신의 식사 과정에 문화적 정체성이 배어 있음은 물론, 우리가 오랜 전통이라 여기는 식사 방식이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우선 지금처럼 음식을 한 상에 차려놓고 다 같이 식사를 하는 방식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일상적인 식사는 ‘개별형+공간전개형’ 방식으로 행해졌다. 여러 명이 식사에 참석했지만 개인별로 독상에 음식이 제공되는 ‘개별형’ 방식과, 모든 음식을 한꺼번에 내오는 ‘공간전개형’ 방식이 혼합된 형태였다. 이후 식민지, 한국전쟁, 급속한 산업화 등을 경험하면서 같은 식탁에 여러 명이 앉더라도 요리를 한 그릇에 담아서 내놓는 ‘공통형’과 ‘공간전개형’이 혼합된 방식이 한국의 식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개별형이 공통형으로 변화하게 된 것은, 정부가 국민의 식탁의 위생 문제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라 저자는 말한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류붐이 일자 외국인들에게 ‘공통형+공간전개형’ 상차림 방식이 한국 음식문화의 대표적 특성으로 여겨지게 된다.
  양반다리로 앉아 식사를 하는 자세로 빼놓을 수 없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실내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가옥의 형태가 공간과 공간 사이를 쉽게 오갈 수 있는 ‘꺾음집’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18세기에 들어 난방이 가능한 온돌시설이 설치되는 등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서 실내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갔다. 그러니 굳이 의자에 앉아 식사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에 아파트가 한국인의 일반적인 주거 공간이 되면서 의자에서의 생활시간이 길어지자, 한국인의 생활은 좌식에서 입식으로 전환되어 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1980년대 이후 높은 식탁과 긴 의자를 갖춘 한식음식점이 늘어났지만, 한국인들은 의자에 앉게 되더라도 좁은 의자 위에서 다리를 접어 양반다리로 식사를 한다. 이를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저자는 오랜 몸의 습관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식문화의 새로운 모습을 언급한다. ‘혼밥’을 하고 도자기 그릇 대신 반찬통을 그대로 놓고 식사를 하며, 가정집에 교자상은 아예 없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저자는 오래된 식사문화를 고수할 것을 강요하지 않고, 한국인의 일상과 건강에 적합한 식사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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