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 (Residential College) 프로그램의 학점화

김학진 교수/화학과

  한국의 대학들은 교양과 학식을 갖춘 시민의 양성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미국의 대학과는 달리 설립 초창기 법학, 신학, 의학, 철학 4개 학부로 시작해 엘리트 중심 교육을 지향하던 유럽의 대학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의 대학은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가장 큰 자유를 누리며 새로운 시도를 선도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긍정적인 조직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현재 한국 대학은 급변하는 21세기의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과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당위성에 직면하고 있다.
   50년 전 한국에서는 대학 입학 인구의 10% 미만만이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렇듯이 교육이 계층의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는 믿음에서 당시의 대학 진학은 확실한 미래를 보장해 주는 ‘똑똑하고 선택받은 자’들만이 들어가는 좁은 문이었다. 이에 대학 교육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교육 정책의 변화로 대학들이 무수히 생겨났고 2000년도에 들어서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대학은 더 이상 입학생들을 골라서 받을 수 있는 ‘갑’의 입장을 고수할 수 없게 되었다. 더욱이 2018년은 한국의 대학 총 정원이 대학 입학 희망자보다 많아지는 첫 해로 점쳐지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인데, 학생들이 다양한 이유로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제 중도 탈락은 거의 모든 대학, 특히 지방 소재 대학들의 경영 악화를 초래하며 대학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대학은 21세기의 사회변화에 걸맞은 다양한 커리큘럼과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 대학도 2017년에 RC 센터를 발족하고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보다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새내기 학생들의 대학 생활의 빠른 적응과 정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물론 정서적 안정과 창의성, 그리고 국제화에 맞는 리더십을 배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번 호 광고를 참조하길 바람). 이는 미국의 하버드 및 예일 대학교, 영국의 캠브리지 및 옥스포드 대학교 등 영미권 명문 대학들의 전인교육, 국제화 교육, 창의교육을 목표로 진행하는 RC (Residential college) 프로그램에 자극받은 바가 크다 하겠다.
   RC 프로그램은 현재 우리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과 비교과 과정 프로그램과는 차별되는 것으로 21세기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및 지도자 양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RC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안착과 활성화를 위해 RC 프로그램의 학점화는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미 국내 대학 중 연세대 및 고려대는 RC 프로그램을 학점화하여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냄으로써 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학내 일부에서는 RC 프로그램을 듣는 학생들에게 이미 상당한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있으며 RC 프로그램이 그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도 기존의 교과과목들과는 매우 다르기 때문에 학점화가 불가하다는 의견이 있음을 안다. 하지만 학점을 부과하는 ‘형식’은 내용을 알차게 하여 RC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며, ‘상당한’ 인센티브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CNU 학생들을 위해 RC 프로그램의 학점화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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