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의 1

이정훈 편집부장/물리학과

  최근 게임 ‘배틀 그라운드’가 흥행하고 있다. 기자 역시 ‘배틀 그라운드’를 자주 즐긴다. 백 명의 플레이어가 게임에 동시 참여하는 ‘배틀 그라운드’는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게임이 진행된다. 우승자는 최후의 1인이 되고 우승자는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이라는 문구를 보게 된다. ‘배틀 그라운드’ 마니아들이 게임 우승을 ‘치킨 먹는다’라고 표현하게 된 이유다.
  한 세션 당 백 명의 동시 접속을 버티는 서버 설계와 이를 뒷받쳐준 한국의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해 얘기해도 좋겠지만, ‘배틀 그라운드’의 흥행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기존의 게임과 어떻게 달랐기에 게임 ‘배틀 그라운드’는 성공했을까? ‘배틀 그라운드’는 1인칭 슈팅게임에 배틀 로열 (Battle Royal, 여럿이 경기를 시작해 한 사람이 승자로 남을 때까지 경기를 이어가는 경기방식)요소와 서바이벌 요소를 추가했다. 하지만 두 요소 모두 기존의 1인칭 슈팅 게임에서 시도된 적이 있다.
  ‘배틀 그라운드’는 이전까지 여러 기술적 한계와 비용 문제로 쉽게 시도되지 못한 대규모 동시 접속을 게임의 요소로 추가했다. 최대 백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동시 접속으로 인해 플레이어는 게임을 플레이 할 때 마치 현실 전장, 즉 실제 배틀 그라운드에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게임의 사실적인 그래픽 요소 역시 플레이어가 현실감을 느끼게끔 해주지만, 기자는 오히려 백 명과의 ‘경쟁’이 플레이어가 현실감을 느끼게끔 해준다고 생각한다. 백 명의 규모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백 명은 극장 하나를 채우기 충분한 인원이다. 차별성을 통해 제품을 어필하는 프리미엄 마케팅에서 역시 ‘상위 1%’라는 문구를 자주 사용한다. 그렇기에 백 명 중 한 명이 되는 것, 또 이를 위해 경쟁하는 것은 충분히 사람들을 게임 ‘배틀 그라운드’에 열광하게 한다.
  생각해보면 ‘배틀 그라운드’는 정말 현실과 닮았다. 누구 하나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배틀 그라운드’에서도 ‘치킨’을 먹기 위한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최후의 경쟁을 위해 버티고 버티는 플레이어가 있는 한 편, 저돌적으로 다른 플레이어와 계속해 경쟁하는 플레이어도 있다.
  우리는 사회에서 경쟁을 요구받는다. 학교를 떠나 사회에 나오게 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매번 다른 지점, 다른 순간에서 경쟁을 요구받는다. ‘배틀 그라운드’에서 역시 게임의 승리가 목적이기에 경쟁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배틀 그라운드’에서는 경쟁에서 실패하더라도 현실과 달리 큰 비용 없이 다시 경쟁을 시도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치킨’을 먹기 위해 게임 ‘배틀 그라운드’를 그만 둘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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