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대화가 필요하다

정연택 교수(사회복지학과)

  우리는 재작년 가을부터 작년 5월까지 엄청난 정치적 변혁을 경험하였고, 사회 전반에는 아직도 그 후유증이나 후속 충격이 계속되고 있다. 사회 참여에 대한 열망과 함께 참여로 인한 결실이라는 긍정적 체험도 있었지만 매번 이렇게 커다란 갈등의 해결 과정이 평화롭거나 긍정적인 결과가 초래되기도 힘든 일이다.
  사회에서 진행되는 변혁과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나 자세에 대해 기성세대뿐 아니라 청년들도 배운 경험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번 여유를 갖고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가장 가까운 사람인 가족과도 관계되는 세대간 갈등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한국은 국가간 가치나 의식 비교에서 세대간의 차이가 가장 큰 국가 중 하나인데, 특히 전통적 가족이나 성태도에서 나타난다. 물론 이러한 간격의 대부분은 가족생활이 힘들게 하는 근로문화에서 비롯되고, 관계 형성을 위한 시간부족과 타성으로 인한 대화부족이 개인이나 가족의 차원에서 나아가 사회적 차원의 세대간 단절, 특히 중년 이후 남성의 소외가 일어나게 한다. 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아버지’라는 소설은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정을 등한시한 아버지의 가정내 소외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아내와 자녀에게 아버지는 스스로 좋아서 직장문화를 그대로 수용할 것을 선택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존재가 된다. 가혹한 것은 이러한 소외 현상은 거의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적 차원에서 세대간 차이는 빠른 경제성장과 늦은 사회발전간의 간격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성장으로 인한 물질적 풍요와 이에 적절한 사회적 평화의 유지 기제가 발전되어야 하는데, 이유가 무엇이든 이런 기제가 제대로 발전되지 못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대화를 통한 갈등 해결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 모두가 사회의 구성원이며, 모두가 이 사회를 떠받치는 중추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존재를 존중해주고 그 기반 위에서 보다 건설적인 대안을 찾는 게 필요한데, 정책 내용(policy) 보다는 정치투쟁(politics)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서로 다른 입장을 전체 사회에서 평화적으로 조율, 결정하는 것은 정치인의 몫이지만, 우리 사회구성원들도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위치와 입장을 존중하고,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의 생존을 위협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세대간 갈등은 재작년 10월 이후 가족 내에서도 갈등이 표출되어 나오기도 하였다. 어느 곳에서나 젊은 세대는 노인 세대의 경험을 굳이 알고 싶지 않으며, 본인과 큰 상관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곳에서나 노인 세대는 본인의 경험이 더 옳고 여유가 있었으며 좋은 시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 통합이 저해될 정도의 세대간 갈등은 해소되어야 한다. 그 해결책은 대화이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지 않아야 하는데, 대학 입학 중심의 청소년기가 대화 거부나 단절에 기여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먼저 공통 경험을 하고 서로 더불어 참는 경험과 신뢰를 쌓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나와 처지나 의견이 달라도 그들도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존권이 있고, 나와 동등하게 발언할 수 있다고 인정하도록 가족이나 사회에서 의식변화가 필요하다. 새해에는 먼저 가족 구성원 간이라도 이 방향으로의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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