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따뜻한 사랑을

노연주 기자(고고학과)

  단어조차 낯설었던 16학번이란 명칭이 이젠 낡아가고 있다. 강의실을 못 찾아 헤매던 새내기가 이젠 학교를 다닌지 4학기가 지났고 충대신문에 입사한지 3학기가 지나 어느덧 편집부장 직함을 달고 마감을 진행하고 있다. 이젠 또 ‘신문사 가냐’는 동기, 선배들의 말이 익숙해졌고 마감하느라 밤새는 일이 대수가 아니게 됐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탓에 정신 차리지 못하고 헤매던 중 기자수첩을 계기로 다시금 멈춰서 과거를 돌이켜 보게 됐다.
#엄마
  지난 2년은 정말 바쁘게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가족은 없었다. 일어나자마자 엄마가 차려주는 밥도 안 먹고 학교에 가서 막차를 타고 집에 들어와 씻고 잠에 들었다. 통학을 함에도 집 밥은 일주일에 한, 두 번 먹으면 많이 먹은 것 이었다. 그리고 엄마가 차려줘도 못 먹은 그 밥을 내가 없는 식탁에 혼자 앉아 먹었을 엄마가 왜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걸까. 지난주 엄마가 문뜩 “이제 진주(동생)도 대학가면 강아지를 키울까봐”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강아지를 키우자고 해도 절대 안 된다며 화냈던 엄마가 그런 말을 했을 때 왜 별 생각 없이 넘겼을까. 알바해서 받은 돈으로 화장품 하나 선물하면 만나는 사람마다 자랑하던 엄마의 모습이 이제야 눈에 들어오지만 동생과 달리 엄마에게 살가운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지나친다. 내가 바쁘게 내 살 길만 바라보던 것과 달리 엄마는 그런 내 뒷모습만 바라보았던 걸까. 무한한 일방적인 사랑을 받으며 깨닫지 못하고 앞만 바라봤던 내 모습이 원망스럽다.
#사랑
  앞으로의 일방적 사랑은 없었으면 한다. ‘영원히 짝사랑 하는 것이 부모의 사랑’이라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대학생활의 반을 마무리하며 떠올렸던 생각들로 외로운 일방적 사랑이 아닌 따뜻한 서로의 사랑이 되게 할 것이다. 선뜻 다가와 버린 새해에는 앞이 아닌 주변을 모두 바라보며 따뜻한 사랑을 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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