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할 자격 혹은 권리

박종태 교수/식품공학과

  먼저 이 글을 읽을 우리 학생들에게 알려줘야 할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사실은 어떻게든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일부러 신상공개를 좀 해야겠네요. 나는 대학에 교수로서 근무한지 아직 10년이 채 안되었고 나이도 이제 막 40이 된 젊은 축에 속하는 사람이에요. 약 2년 전에는 창업을 했고 지금은 대학에서 산학협력과 관련된 업무도 같이 맡고 있습니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아직 배우는 게 더 많고 경험이 부족한, 여러분들과도 비슷한 점이 많은, 그런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여러분들에게 뭔가 말하고 싶은 것을 글로 써달라고 부탁 받았을 때 선뜻 그러겠노라고 했지만 글을 쓰려고 하면 머릿속이 복잡하여 글의 주제도 정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들은 많은데 그걸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여러분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크네요. 변명은 여기까지로 하고 그래도 내가 지난 몇 년간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New Normal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현재 수출호조, 경제 성장률 양호, 재벌기업들의 막대한 사내유보금 보유 등의 상황에도 일반 시민들의 체감경기와는 괴리감이 큰 한국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데 이 말보다 좋은 표현이 없을 것 같습니다. New Normal이라는 말은 저성장, 고용 불안과 저 고용 등의 현상이 경기 침체기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일상화 된 경제 상황임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저고용, 저성장은 청년고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데 올해는 학과사무실에 알아보니 근래에 들어 취업률이 최악이라는 아주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전 세계적으로 연구들이 많이 진행이 되었는데 결국 도출된 답은 ‘창업’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현 정부는 물론 직전 정부에서도 창업, 그 중에서도 청년창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이 청년창업이 잘 되고 있는지, 우리대학의 상황은 어떤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도 참 난감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나도 창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우리 충남대 학생들이 좀 더 도전적으로 미래를 설계하였으면 좋겠다고 평소에도 여러 번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누군가가 만약에 당신 자식이나 가족이 창업한다고 하더라도 똑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조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도전하라고, 창업해서 꿈을 펼쳐보라고 우리 청년들의 등을 떠밀고 있는 기성세대들이 약속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카이스트의 이민화 교수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제2의 벤처창업붐 성공의 핵심은 쉬운 창업과 정직한 실패이다.” 나는 이분 말씀 중에 ‘정직한 실패’에 주목합니다. 또 정직하게 도전하여 실패하면 책임을 묻지 않고 다시 도전할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100%가 아니라 1000%라도 써서 공감을 표하고 싶습니다. 나는 우리 청년들이 실패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청년들이 창업하였다가 실패한다면 그것은 사회의 책임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가의 자산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실패에 대한 안전망이 확실히 구축되고 창업에 대한 책임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게 될 때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망설임 없이 우리 학생들에게 꿈에 대한 도전, 창업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 학기 마무리 잘 하여서 건강하고 행복한 연말 맞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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