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는 없다

김채윤 편집국장/고고학과

  학교 안팎으로 파란만장한 한 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고, 봄꽃 대선이 치뤄졌다. 세월호가 오랜 여행을 마치고 뭍으로 올라왔다.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난 지 1년만에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났고, 수능이 연기됐다.
  학교 안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다. RC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우들이 소녀상 건립 추진에 발벗고 나섰다. 가칭 '한국대' 통합 논의로 구성원들이 혼란에 빠졌다. 인문 교양 교과목 폐지 논란으로 많은 학우들이 목소리를 냈다. 모 동아리에서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일어났다. 의과대학 교수가 성추행·성희롱 의혹으로 파면됐다. 총학생회 선거는 불신으로 얼룩져 파국으로 치닫았다. 또 다시 모 학과에서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일어났다.
  충대신문 내부적으로도 큰 일을 치뤘다. 발행중단 사태가 일어났고, 주간교수가 바뀌었다. 분쟁을 싫어하고 게으른 성격상 조용한 한 해를 보낼거라고 예상했다.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연속해서 일어났고, 선배와 지인들에게 많은 조언을 얻었다.

"유독 제가 편집국장을 할 때 힘든 일이 많이 생기는 지 모르겠어요"
"아니야. 해마다 똑같았어. 항상 논란은 끊이지 않았고, 되풀이됐지"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똥군기, 성희롱, 학생 복지 문제 등. 기사 제목만 바뀌었을 뿐 해마다 되풀이되는 문제가 신문을 채우고 있었다. 되풀이되는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충대신문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창구가 돼야한다.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충대신문 기자단은 예나 지금이나 학내 곳곳을 뛰어다닌다. 취재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있다. 기사를 쓰지 말라는 회유를 받고, 연락 자체를 거절하거나 인터뷰 약속을 잡고 연락두절되는 취재원도 많다. 이번호 성희롱 사건 보도를 두고도 학교 관계자가 "해당 사건을 기사화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해당 사건의 기사화를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학내 곳곳을 뛰어다니는 일이 힘들지 않게 해주는 원동력은 독자들이다. 충대신문을 믿고 불편한 일을 제보해주는 독자, 충대신문의 기사에 공감하고 응원의 목소리를 내는 독자를 보며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

  독자들의 신뢰를 얻을만큼 최선의 노력을 했는가.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가.

  왕도는 없다. 편집국장 임기를 마칠 때가 돼서야 깨달은 진리다. 독자들의 신뢰에 보답하고, 독자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충대신문은 내년에도 발로 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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