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색스 '아날로그의 반격'

  사진 애플리케이션(앱) ‘구닥(Gudak Cam)’이 연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다운받으려면 1.09달러의 비용을 내야하는 유료 앱이지만 전 세계적인 호응에 힘입어 원조 구닥 앱을 표절한 앱까지 등장했다. ‘구닥’으로 사진을 찍으려면 일회용 필름 카메라처럼 사진 하나 하나를 세심히 찍어야 하고, 찍은 사진을 보려면 3일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수고스러움에 열광하고 있다. 눈을 뜬 순간부터 온갖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하루를 보내는 이들의 아이러니한 취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처럼 디지털 세대들에게 통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색스는 레코드판, 필름, 보드게임, 인쇄물 등의 다양하고 자세한 사례를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할 미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한다.
  미국의 여느 논픽션 작가들이 그러하듯 데이비드 색스도 미국, 유럽 각지에서 수집한 사례들을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저자가 제시한 사례들 중 낯선 이야기들도 있으나 완전히 이해 불가능한 것은 없다. 매우 유사한 사례가 최근 몇 년 간 한국에서도 일어났기 때문이다.
  다시 카메라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오늘날 젊은 세대들은 사진을 찍는데 그다지 신중하지 않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계속해서 셔터를 누를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찍은 후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르는 식이다. 설령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더라고 쉽게 편집해 바꿀 수 있다. 소중한 추억보다는 특별한 상황이나 사건이 아니라면 ‘용량’의 일부로 사진을 여기는 것이다.
  사실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은 엄청난 후속 과정을 요구한다. 우선 인화할 만한 사진을 골라내고, 그 사진을 편집하고, 어떤 포맷으로 인화할 지 결정하고, 싸게 인화할 수 있는 사진관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지친 젊은이들은 이전 세대의 필름 카메라나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다시 찍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오프라인 서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책을 살 수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점에 가서 책을 산다. 고심하며 고른 책 한 권을 들고 따뜻한 조명 아래 편안한 소파에 앉는다. 내가 고른 책을 직접 만져보고, 책 한 장 한 장이 넘어가는 소리를 듣고, 책에서 나는 종이 냄새를 맡아본다. 온라인 쇼핑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는 경험과 정서가 오프라인 서점에 있는 것이다.
  데이비드 색스가 아날로그 전반에 관해 주목하는 부분은 이러한 ‘물성(物成)’이다. 음악을 듣기 위해 레코드판을 조심스레 턴테이블에 올리고, 전자책(e-book) 대신 종이책을 읽으며, 노트북이나 아이패드가 있음에도 몰스킨 다이어리에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 아날로그의 물성이 디지털 세계에서 잠시나마 누리는 일탈 같은 것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비효율적으로 느껴지지만, 실상 더 큰 참여감과 만족감을 주는 일탈이라 덧붙인다. 또한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아날로그가 궁극적으로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하게 돕는다고 강조한다.
  사실 아날로그를 주제로 한 책들은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만큼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책은 드물다. 아날로그의 반격이 일시적인 복고 열풍이나 지난날에 대한 향수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곧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시의적절한 견해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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