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필요

  “처음에는 강아지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찾고 그 사람에 대해 분노했어요, 그 뒤에는 강아지에게 정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차피 결국 저를 떠날거니까요.”
  2015년 대전시를 대상으로 한 통계청의 반려동물관련 조사에서 24.4%의 시민들이 현재 반려동물이 있다고 답했고, 11.7%의 시민들이 현재는 없으나 반려동물이 있었던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전시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반려동물 인구가 천만명을 넘어서면서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하고 있다. 그런데 반려동물의 수명이 인간 평균 수명보다 낮음으로 인해 보호자들의 반려동물 상실 경험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펫로스 증후군’을 경험했다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펫로스 증후군', 무엇이고 왜 위험한가

  ‘펫로스 증후군’이란 반려동물을 키우던 사람이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해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이다. 주된 증상으로 죄책감, 죽음에 대한 부정, 죽음의 원인에 대한 분노 등이 있다. 여기서 상실이란 노화로 인한 자연사 이외에도 사고나 질병, 안락사, 실종 등 반려동물 생애의 여러부분에서 일어날 수 있고 이유 또한 다양하다. 심리예술공간 살다의 최하늘 대표(이하 최 대표)는 “반려동물의 죽음은 경험하는 개인에 있어 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라며 “과거에 대한 반복적 회상이나 신체적 심리적인 고통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주변의 부족한 이해나 적절치 못한 반응으로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는 고통을 겪는 기간의 장기화나 자신의 반응을 자연스럽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의 경우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말고 자신의 고통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사회적 현실은?

  하지만 이러한 잠재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펫로스 증후군’에 대해 대처를 해야한다는 인식이 퍼져있지 않다.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이 개인의 죄책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A학우는 “‘조금만 더 병원에 일찍 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며칠 밤 잠을 자지 못했어요”라며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자책한 경험을 털어놨다. B학우는 “반려동물의 이름을 동생의 이름에서 따와서 지었는데, 반려동물이 죽은 것이 마치 동생이 죽은듯한 슬픔”이었다며 죽음에 대한 허전함과 공허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한 A학우는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더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잃은 뒤 느끼는 심각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시간이 지나며 잊는 것이나 그 뒤로는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것으로 국한되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해외의 경우 여러 단체와 웹사이트에서 수의사, 심리학자, 정신과의사, 동물 전문가 등이 이메일, 전화, 대면상담 등으로 반려동물 상실로 인한 스트레스와 비애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을 진행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해당 증후군을 개인이 극복해야 하는 것 혹은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단어의 본격적인 도입은 2012년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뒤 언론에서 해당 사건을 조명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그 이전까지는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인식 및 관심이 미비한 상태였다. 현대 한국 사회의 ‘펫로스 증후군’ 인식 정도도 해외의 1990여년 ‘펫로스 증후군’을 주제로한 논문들이 논의되는 단계로 크게 진보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최 대표는 “동물문화와 같은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 및 의식 수준의 차이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관계성 문제나 가족 형태의 문제 등의 복합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라고 밝혔다. 또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개인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한다. 고통을 나눌 대상의 선택, 타인과의 진솔한 의사소통 및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 유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식변화도 필요해

  수원시의 ’수원 반려동물 한마음 축제‘, 세종시의 ’반려동물 문화축제‘, 성남시의 ’2017 성남 반려동물 페스티벌, 대전시의 ‘2017 동물보호 문화축제’ 등 많은 지자체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각종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반려동물과 관련한 정부 주관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배가하는 활동들이 있다. 실제 한 자치단체의 행사 취지는 반려동물 문화 이해도향상 및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정착으로 미용, 산책, 사회화 등의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러나 ‘펫로스 증후군’이 야기하는 문제들을 고려하면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미미하게나마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2015년에는 한국 최초의 반려동물 호스피스 전문 병원이 개원했다. 이러한 호스피스 전문 병원의 개원은 보호자로 하여금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과 함께 죄책감을 덜어주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 뿐 아니라 가족과도 같은 반려동물을 잃은 이들이 표출하는 슬픔을 이해하는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도 수반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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