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호모데우스』

  히브리대학교 역사학과의 교수이자 세계적인 석학인 유발 하라리는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전작 『사피엔스』에 이어 이번에도 자신의 견해를 과감히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저서에서는 21세기의 인간이 전례 없는 과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전염병, 기근 등의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지만, 다가올 가까운 미래조차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모른다고 언급한다. 이 책은 단순히 과학 기술이나 역사에 관한 책이 아니다.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확신할 수 없으나, 그러한 방향을 결정하게 하는 주체는 과학 기술이 아닌 신이 된 인간, 즉 ‘호모 데우스’라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저자의 생각에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그에 대한 놀라운 식견을 보여준다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고 논쟁의 여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데이터교’에 관한 언급이다. 데이터교는 우주가 데이터의 흐름으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현상이나 실체의 가치는 데이터 처리에 기여하는 바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한다. 데이터에 대한 인간의 의존도가 믿음을 넘어 숭배에까지 이르는 ‘종교’로 본 것이다.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촘촘하고 거대한 시스템 속의 하나의 작은 칩이 되어가고 있다. 이 거대한 체계 속에서 내가 어디에 위치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사람들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자신이 데이터의 일부가 되기를 열렬히 바라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를 들어 간밤에 온 메시지가 없는지 확인하고, 출근하자마자 노트북을 켜서 이메일 보관함을 확인한다. 그리곤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신문 기사를 읽으며 필요한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처리한다.
  유발 하라리의 주장대로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데이터 중심적 세계관으로의 이동은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방대한 데이터의 흐름은 제어도, 이해도 할 수 없는 새로운 발명과 파괴를 일으킬 수 있다. 전 지구적인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당연한 무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데이터교도들은 단지 데이터 흐름의 전지전능한 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 굳게 믿는다. 또한 진정한 신자들은 데이터의 흐름에 합류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극도로 불안해한다. 거대한 데이터의 일부가 되어 인생의 의미를 가지길 원하는 것이다.
  데이터교는 자유주의적이지도 인본주의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인본주의적이지도 않다. 데이터교가 인간의 경험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인간의 경험 자체에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것이다. 데이터교가 인간의 경험을 데이터 패턴으로 여김으로써 권위와 의미의 원천을 파괴하며, 위력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면 ‘실용적인’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나아가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라는 데이터교의 교의는 인간의 일상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데이터교’ 외에도 저자는 우리가 사소하게 넘겼으나 사실은 중대한 문제였던 것, 또 알고 있으나 논의하기를 피해왔던 문제들에 관해 질문하고 답한다. 그리고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닌 2~30년 후, 그러니까 우리의 생애 속에 일어나게 될 급격한 변화나 문제에 관해 언급한다. 그러나 독자에게 자신의 견해를 강요하진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절대적인 예언보다는 가능성으로 받아들일 것을 주지시킨다.
  이제껏 인류는 어제의 조상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과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앞으로의 여정은 어떠할 것인가. 논쟁의 여지가 가득한 이야기 속에서 이제 우리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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