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 대하는 법

 

  방학 동안 다닌 중학교에서 나는 선생님이었다. 내 앞가림도 힘든데 남의 멘토를 하라고? 멘토링에 참고하라며 학교에서 준 종이에는 ‘요즘 청소년 대하는 법’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요즘 청소년들은 메신저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장문보다는 단문으로 끊어 보내는 것이 익숙하다. 그래서 긴 글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물결(안녕하세요~)과 느낌표(안녕하세요!)는 이러이러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글의 끝에는 ‘이것을 알지 못하면 기성세대' 라고 쓰여 있었다. 작성자 본인이 청소년과 글을 읽는 사람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듯 적혀있어 기분이 나빴다. 버릴까 어떡할까 고민하다 다시 정독하기로 했다. 그래도 읽어두면 도움이 되겠지.
  그 친구들이랑 잘 지낼 수 있겠어? 걱정이 튀어나올 때마다 그럼, 나도 중학생이었는데! 하며 다시 꾹꾹 밀어 넣었다.

  교실에는 강민이 민호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있을 때가 많았다. 강민이는 매일 오전 9시 땡 하면 등교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노트를 꺼내 읽었다. 히라가나 글자 사십몇 개를 하루 만에 다 외워 왔다. 수업하면 당연히 싫어할 줄 알았는데 항상 "더 가르쳐주세요!" 했다. 민호가 만화보자고 할 때마다 그러자고 쉽게 못하고 강민이 표정을 살폈다.
  민호는 매번 수업 중간에 느지막이 들어왔다. 교회 간다고 종종 결석했다. 어느 날은 강민이와 사이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싫다고 해도 계속 따라오니 조심하라는 말을 하던 중 민호가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니 아니라고, 다 그런 건 아니지 않느냐며 울먹였다.

  이러면 좋아할 것이다 저러면 싫어할 것이다 하는 추측은 대개 맞지 않았고, 내가 무책임하게 내뱉은 수많은 말들 중 어떤 것은 둘의 마음을 너무 크게 베었다. 내가 과거 중학생이었다고 중학생을 다 이해할 것이란 생각은 오만이었다. 둘은 중학생이기 이전에 강민이랑 민호라는 사람이라, 둘은 같지 않아서 ‘요즘 청소년 대하는 법’ 하나로 전부 알 수가 없었다.
  마지막 날에 "선생님 드세요" 하고 내민 커피는 뚜껑 따려니 너무 소중해서 결국 못 마셨다. 애지중지 들고 와 기숙사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마음을 아껴두어야지. 그러고 며칠 뒤 생각나 찾았을 땐 이미 누군가 가져가고 없어진 뒤였다.

  나는 항상 조금씩 늦어서, 도둑맞은 후에야 커피를 찾고 말로 베고 나서야 둔감했음을 깨닫는구나. 이것마저 조금 늦게야 알게 됐다. / BOSHU 포토그래퍼 최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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