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스스로 깨우치고 익혀야 할 일들

강병수 교수/행정학부

  대학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부모님들은 대학을 염두에 둔다. 대학에 진학하여 우리는 과연 무엇을 배우고 스스로 깨우쳐 나가야 하는 것일까?
  내 경험으로는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고등학교 때 가졌던 중압감에서 해방되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캠퍼스를 그냥 그대로 다녔던 것 같다. 군사독재정권에 대항해 싸우면서 마음은 무겁고 미래도 암울했지만 돌이켜 보면 지금보다 꽤나 낭만적이었던 같다. 그러나 밥 먹듯이 자주하던 휴강 이외에는 대학생활에서 스스로 깨우치고 익혀야 할 일들에 대해서는 누구도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학의 3대 기능을 흔히 우리는 교육, 연구, 봉사라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 산학협력이 동참했다. 우리대학도 창의·개발·봉사를 건학이념으로 삼고 있어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대학은 누가 무엇이라 해도 교육이 첫째이다. 대학 4년 동안 많은 전공과 교양과목을 수강하지만 주로 전공과목에 치중하여 사회에 나가서 반드시 필요한 예절 교육은 등한시 되었다. 우리 교육의 으뜸은 예의범절(禮儀凡節)이었다. 사회에 진출했을 때 평균적인 예의범절을 모르면 소외당하고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없다. 최소한의 예의도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 피하고 싶은 심정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학 다닐 때 좋은 태도와 예절을 몸에 익히고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반성하는 삶을 사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해서, 우리는 대학인을 지성인(知性人)이라고 부른다. 
  다음은 ‘발상(發想)의 전환(轉換)’이다.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하나의 사건이나 사실을 여러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과 새로운 생각을 끊임없이 할 수 있는 사고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독서와 사색, 그리고 편견을 버리고 머리가 깨끗한 상태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창의성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세 번째는 봉사이다. 봉사하는 마음은 ‘측은지심(惻隱之心)에서 나온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측은한 생각이 들어야 한다.  측은지심이 발현되어 실천행위로 나타날 때 진정한 사랑과 봉사가 되고 내면으로부터 알 수 없는 기쁨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측은지심이 바로 길러지지는 않는다. 하여, 방학 때나 요즈음과 같은 가을 추수시기에 대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측은지심을 기르고 진정한 사랑실천 행위와 봉사정신이 샘솟기를 바라는 것이다.      
  네 번째는 학교와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이다. 평생을 함께한 가족에게 애정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학교와 학교가 위치해 있는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은 애교심과 애향심으로 나타난다. 특히 거점국립대학교인 충남대학교의 건학이념에는 지역사회의 인재를 국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지도자로 키우는 비전을 담고 있다.
  지금 까지 교수로서 내 인생을 돌이켜 보면, 대학이 인간을 성숙시키고, 대학이 학교나 지역사회를 바꾸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과 보람’을 일깨워 주었다. 요즈음 학생들을 보면 대학이 스스로 깨우치고 익혀야 할 일들을 가르쳐 주지 않는 것 같이 보이지만, 많은 학생들이 스스로 깨우치고 익히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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