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정훈 기자/물리학과

  지난 13일 대전방송이 편집국에 취재를 왔다. 우리 신문사 선배를 중심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찍는다고 했다. 편집국에 손님이 온다고 하니, 어질러진 책상도 정리하고 창틀의 먼지도 털어내며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약속된 취재 날 큼지막한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방송국에서 사람이 왔다. 괜히 마음이 들떴다. 낯을 많이 가리는 기자는 쉽사리 카메라 앞에 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동료 기자가 촬영팀을 응대할 동안 우물쭈물 거리면서 앵글 밖에 서있기만 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진행을 맡은 듯한 아나운서가 동료 기자에게 “저기 있는 동료기자도 불러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어쩔수 있나.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고 쭈뼛거리며 카메라 앞으로 걸어나갔다. 인터뷰에 대해선 오고간 얘기에 없었기에 기자는 아나운서의 질문을 즉석으로 받아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쓴 기사를 볼 때 충대신문 기자로서 어떤 느낌이 드는가” 긴장한 탓에 무슨 문답을 했는지 기억이 흐릿하지만 이 질문은 명확히 기억에 남는다. “충대신문 기자로서 자신의 기사를 볼 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 재치있는 답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기사를 보고 부끄러움을 느끼며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는 상투적인 답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뒤돌아서 생각해보니 상투적이라고 느꼈던 그 대답이 그저 상투적이지만은 않음을 깨달았다.
더 잘하기 위해선 과거를 알아야한다. 과거를 반성하고 부끄러움을 느껴야 발전할 수 있다. 부끄러움은 불만족에서부터 온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진보적 자세를 가질 때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다. 충대신문에서 글을 쓰고 편집을 하는 순간순간은 항상 새로웠다. 매 호 다른 시도를 하고 그 시도를 검증 받았다. 신문사가 아니었으면 겪기 힘든 경험이다.
  조직이 유기적인 생명력을 갖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되는가를 항상 고민한다. 이 고민을 처음 했을 때는 규정과 시스템이 문제라 생각했다. 어떠한 개인이 일을 하더라도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치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의 문제임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정교한 규칙이 있더라도 사람이 없다면 쓸모가 없다. 그렇기에 사람이 변해야한다. 같이 신문을 내는 우리 기자들이 소중한 이유다.
 혁신은 내부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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