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와 송곳' 출간한 오제훈 학우

▲ 오제훈 학우 지난 3년간의 기록을 모은 책 '망치와 송곳'을 직접 제작했다.

"꿈이 증발해버린 것처럼 느낄 수는 있으나 꿈이 언젠가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다시 쏟아질 때가 있지 않을까, 언젠간 꿈이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요"

 

  카피라이터라는 꿈을 가진 오제훈(언론정보·3)학우는 영화, 광고 등을 분석한 기록물들과 시, 수필과 같은 글을 바탕으로‘망치와 송곳’이라는 책을 냈다. 출판 고유번호가 등록된 책은 아니지만 자신의 글을 묶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혼자의 힘으로 책을 내게 된 오제훈 학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망치와 송곳’에 대해 소개를 해 주시죠.
  A. 스무 살 때부터 썼던 거니까 4~5년 정도 쓴 책 이에요. 규칙적으로 날짜를 정해서 쓴 건 아니에요. 2학년 때 글 쓰는 수업이 많았어요. 특히 광고의 이해 수업에서 생각쪽지라는 과제를 내주셨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 들어올 때마다 기록물을 제출했어요. 일기나 시, 여러 가지 주장하는 글 등 폭넓은 사안에 대해서 글을 쓸 수 있는 과제를 내주셨죠.  군대에 있을 때도 글 쓸 수 있는 여력이 돼서 계속 글을 쓸 수 있었어요. 이런 것들이 모여 책이 된거죠.

  Q. 책을 내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A. 대학교 들어올 때부터 책을 쓰고 싶었어요. 언젠간 책을 써야지 생각을 하다가 과 특성상 글 쓸 일이 많았던게 계기가 됐어요. 글을 많이 썼고, 글이 많이 쌓이게 됐어요.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품고만 있다가 3학년 1학기 때 컴퓨터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수업 덕분에 책을 내게 됐어요.
  IT 역사에 대해서 배우는 수업이었는데, 딱딱한 수업이 아니고 스티븐 잡스라든지 여러 기업가들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배우는 수업이었어요. 교수님이 첫 수업에서 ‘모든 역사 속 IT 관련 인물들은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했다. 그러니까 너희도 한 학기동안 과제가 아니라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결과물을 제출해라’고 말씀 하셨어요. 당시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죠.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제 목표의 연장선상이라는 생각이 드는거예요. 생각을 하자마자 바로 책을 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죠. 그렇다고 3학년 1학기에 특히 글을 많이 쓰진 않았어요. 제가 글솜씨가 뛰어났던 편이 아니라서 옛날에 썼던 글들을 퇴고 하는 데에 집중했어요. 그간 썼던 글과 함께 책이나 영화 보고 썼던 글들을 모아서 출판을 하게 됐어요.
  글 쓰는 어플 ‘브런치’가 책을 내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원래는 글 쓴걸 묶어서 개인적으로 대전에 있는 인쇄소랑 연계해서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브런치를 알게 되고 찾아보니까 브런치가 인터넷 출판사람 연결이 되어있더라구요. 브런치에 올린 글이 30개가 넘으면 출판을 해준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날부터 블로그에 있던 글을 조금씩 수정해서 브런치에 옮겼어요. 그러다보니 책 한 권이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그 책을 3학년 수업의 최종 결과물로 제출한거죠.

▲ 책 '망치와 송곳' 정식 출판번호가 찍힌 책은 아니지만 오제훈 학우의 대학교 입학시절부터 목표였던 '내 책을 내자'가 실현된 꿈의 결과물이다.

  Q. 글 쓰는 것을 어릴 적부터 좋아했나요.  
  A. 아니요. 그렇진 않았어요. 어릴 때는 글 쓰는 것을 귀찮아하던 학생이었어요.  독후감 숙제 있으면 인터넷에서 베끼고 그랬죠. 그런데 대학 진학문제를 고민하던 중 칼럼리스트에 관심이 생겼어요. 손석희씨 같은 언론인이 되고 싶어서 글 쓰는 게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언론정보학과에 진학하게 됐어요.
 대학교에 들어와서 글을 쓰다보니까 생각보다 더 재밌었고 더 잘 쓰고 싶어졌어요.  ‘어떻게 하면 어휘를 풍성하게 할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더 공감 받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글을 썼어요. 지금까지는 주로 스스로에 대해서 글을 썼는데, 앞으로는 다양한 사회 현상을 돌아보는 글도 써보고 싶어요.

  Q. 특별한 대학생활을 한 것 아닌가요.
  A. 특별한 학생은 아니에요. 고등학교 시절에는 공부만 하다가 우리 학교에 진학했고, 대학교 1학년 때도 고등학교 때랑 똑같았죠. 남들 하는 것을 다 했어요. 남들이 대외활동 많이 한다고 하니까 따라했죠. ‘남들 하는 거 해야지’, ‘뒤쳐지지 않아야지’ 하면서 전형적인 삶을 살았어요. 그런데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 한 뒤 수업을 들으면서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광고의 이해 수업도 그 시기에 들었어요. 광고의 이해 수업은 생각하는 것과 일상을 대하는 자세를 배우게끔 한 수업이었죠, 생각이 열리고, 일상에 대해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게 되고. 그러다보니까 삶의 자세가 바뀌게 되더라고요. 2학년 때는 남들 하는 거 보다는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이 들면 그냥 했어요. 광고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공모전도 정말 많이 나갔고, 토론대회도 나가고, 책도 많이 읽었어요.
  3학년 때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 수업 들으면서 기업가들이랑 혁신가들 보면 되게 멋진거예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이 있든 없든, 현실이 녹록지 않든 간에 그냥 자기 꿈 쫓아서 행동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어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런 이야기를 접하다보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일인 글 쓰는 일을 한 것 같아요,
 옛날의 저와 지금의 저는 완전 달라졌어요. 목적과 수단이 바뀐거랄까. 재밌는 것이 목적이 된 거고, 그에 따라오는 여러 가지 어쩌면 스펙이 될 수 있는 것들이 생기고 있어요.   
  근데 사실 저도 여느 대학생이랑 똑같아요. 맨날 내가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토익도하고 다른 공부도 해야 하는데…. 맨날 고민해요. 지금은 재미있는 거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사는데, 나중에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을지 모르죠.
  Q. 기록에서 벗어나 소설과 같은 글을 쓰고 싶지는 않나요.
  A. 소설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2학년 수업 당시 쓴 생각쪽지에도 소설처럼 쓴 글이 있었어요. 시국 관련해서 쓴 글이었어요. 국정농단 당시에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이 많이 나왔잖아요. 그래서 쓰게 된 글이 ‘서울에 소금이 내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라는 카피라이터 책을 읽다가 나온 물음으로 소설을 썼었어요. 내용은 ‘서울에 소금이 내린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썼었는데 정말 쓰기 어렵더라고요.
  좀 더 제가 성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 저는 너무 부족해서.

  Q. 마지막으로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제가 너무 못나서 할 수 있는 처지인가도 싶어요. 어제 제가 책을 읽다가 든 생각이 하나 있어요. 도움이 될 진 모르겠지만….
 ‘꿈이 증발해버렸다’라는 표현을 읽었는데 그 문장 읽고 든 생각이에요. 꿈이 증발하더라도 언젠가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다시 쏟아질 때가 있지 않을까, 언젠간 꿈이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본인이 꿈이 증발해버렸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언젠간 다시 찾아올꺼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꿈을 포기하고 취업준비를 하는 분들이 현실과 타협해버렸다라고 생각이 들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것조차도 용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굳이 현실과 타협했다가 보다는 용기 있게 결정했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비슷한 이야기를 교수님께서 해주신 적이 있어요, 공무원 준비하는 것을 죄지은 것 마냥 다니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너희의 결단 자체가 하나의 용기니까 떳떳하게 다녀도 된다고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모든 사람은 그냥 있어도 충분히 멋진 사람들이니까 고개를 들고 다니라고….
  다 자신만의 장점이 있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다들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저도 그렇게 못해요. 그래도 그런 생각이라도 하면서 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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