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진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인기리에 종영한 tvN의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은 기존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형의,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것에 주안점을 두지 않음으로써 가열되었던 여행 예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들 스스로를 잡학박사라 부르는 음식, 문학, 과학 등의 각계의 지식인들 여럿이 모여 국내 여행을 다니며 각자의 지식을 자랑하는 ‘알쓸신잡’의 실로 다양한 구성원들이 대수롭지 않게 주고받는 대화의 깊이는 시청자들을 자극했고 그 결과 그들의 저서나 추천도서가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한 가운데 방송을 보던 필자의 관심을 끈 분야는 뇌과학자 정재승의 주전공인 뇌과 학이다. 뇌의 작동 메커니즘과 기능, 구조 등에 대해 고찰하는 뇌과학은 사회 안에서 사람들이 당연하게만 받아들이던 문제들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출판된 다양한 뇌과학 서적 가운데, 김학진이 집필한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는 비전공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쓰인 책이다. 또한 대중들에게 있어 무조건적으로 착한 것으로만 받아들여졌던 이타성에 관해 전에 없던 새로운 관점의 지평을 열어준 책이기도 하다. ‘칭찬에 중독된 뇌’, ‘착한 사람은 우리를 어떻게 배신하는가’, ‘뇌는 이타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라는 소제목은 각 부에서 진행될 내용을 압축해서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내용을 전개하는 중간마다 뇌의 작용에 관한 짤막한 글을 실음으로써 다채로운 내용을 싣고자한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기도 한다.  

  먼저 1부의 ‘칭찬에 중독된 뇌’는 SNS의 ‘좋아요’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상을 ‘좋아요’라는 기호를 통해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인가? 사람들은 타인으로부터 주목받고 관심을 얻는 것을 통해 스스로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간혹 돈이라는 물질적 보상 대신 평판의 상승이라는 정신적 보상을 선택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 이른바 인정욕구로 인함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정욕구는 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욕구 충족으로 인한 만족감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며, 같은 자극에 의한 반응은 어느 순간 무감각해지기에 이른다. 이에 사람들은 그들이 받아오던 자극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인정을 받기 전의 순간보다 더 좌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2부 ‘착한 사람은 우리를 어떻게 배신하는가’는 1부의 논의를 발전시킨다. 인정욕구의 이면인 인정중독을 파악한 독자들은 2부에서 제기되는 이타성의 이기성을 보다 쉽게 수용할 것이다. 김학진은 이타주의자들이 행하는 착한 행동의 이면을 꿰뚫어 그들의 심리를 파악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이타주의자들의 선의에 대해 재고할 기회를 제공한다. 

  마지막 3부인 ‘뇌는 이타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에서는 그 소제목에서도 유추가 가능하듯이 뇌가 왜 이타성을 추구 할 수밖에 없는가의 문제를 다룬다. 김학진은 결코 이타주 의자들의 이타성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인정 중독을 합리적으로 극복해낸 이타주의자를 지향하며 더 나아가 합리적 이타주의자에 이르기까지의 뇌가 보이는 활동을 분석함으로써 지금껏 발견되지 않았던 또 하나의 인간성을 조명한다. 김학진은 책을 마무리 지으면서 다시 한 번 강조 한다. 그는 이타주의자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뇌 활동을 연구함으로써 더 넓은 세계로의 진보를 이루고자 집필을 시작한 것이라고. 이와 같은 그의 저서는 독자들에게 뇌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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