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 33분

서령

열네 살, 중학생 때 였는데
우연히 시계를 봤을 때 시간과 분의 숫자가 똑같으면

예를 들어 3시 33분

  그럼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있는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당시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괜시리 기분이 좋고 심장이 콩콩 뛰곤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시계를 볼 때 시간과 분의 숫자가 똑같으면 시선이 멈추고 그 때생각이 난다.
  참 어설펐다. 좋은데 괜히 틱틱 거리고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아닌 척. 아마 다 티가 났을 텐데 그렇게 척을 했다.

  한번은 교실에서 운동장을 보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친구를 보고 있다는 걸 들킨 것 같아 너무 놀라서 순간 창문을 확 닫아버렸다. 좋아한다고 마음속으로 하도 외쳐 대서 아마 내 몸의 모든 기관은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걸 다 알고 있었을 거야
아 너는 정말 시계랑 관련 된 기억이 많아.

  그 친구 자리는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보이는 자리 였는데 그 쪽에 시계가 있었다. 항상 시계를 보는 척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니가 있어서, 나는 그 당시에 몇 시인지 궁금하지도 않은데 자주 시계를 보는 버릇이 생겼다.

  오늘 일 끝나고 마침 시계를 봤는데 3시 33분 이길래,
지금 누가 저를 생각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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