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랑시에르 '감성의 분할'

  오늘날 예술이 지니고 있는 정치적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예술은 정부와 결탁하여 사회를 지배하는 수단으로써 활용되기도 하고 반대로 사회를 하나로 통합하고자 하는 지배세력에 반대하여 대중을 분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태들은 전부 예술과 정치가 서로 긴밀하게 엮여 있음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시작된다.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루이 알튀세르의 제자로 스승과의 결별 이후 줄곧 자신의 철학 세계를 펼치고 있는 인물이며 예술과 정치의 상관성에 심도있게 고찰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단순히 사회적인 정치를 지향하지도 예술적인 정치를 지향하지도 않으며 ‘미학적인 정치’를 이야기한다.
  자크 랑시에르가 2000년에 집필한 『감성의 분할』은 예술 미학과 정치 사이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고 더 나아가 미학이 정치에 미치는 효과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랑시에르가 그의 견해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생소한 개념들에 많은 독자들은 어려움을 표한다. 그러나 본 저서에 후술된 그의 용어 해설을 참고한다면 독서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책의 제목인 ‘감성의 분할’ 개념의 시작점은 그가 앞서 발간한 『불화』로 봐야함을 주지해야 한다. 그는 『불화』에서 정치를 ‘감성의 분할’이라고 칭한다. 이 감성의 분할은 공통적인 것의 내부를 구분하여 규정하는 경계를 설정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감성의 분할은 공통적인 부분과 배타적인 부분을 동시에 결정한다. 정치를 두고 감성의 분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정치에서도 정치에 ‘참여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분할하는 경계가 설정되기 때문이다. 연극과 같은 미학적 분할의 주요 형태들에는 감각적 정치성이 부여된다. 하나의 표면은 단순히 기하학적인 구성이 아니다. 표면은 하나의 감성 분할 형태로, 글쓰기와 회화 역시도 하나의 표면들이다. 이처럼 예술가와 정치가의 연결은 각 매체들의 사이에서 만들어진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감성을 분할하는 미학의 정치가 드러난 사례로는 어떤 작품이 있을까? 자크 랑시에르는 그 예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소설 작품인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말한다. 소설 속 주인공인 엠마 보바리의 행동들은 대중들에게서 제각각의 반응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정치적이다. 여기서 유의해야할 것은 그렇다고 해서 모든 해석이 정치적으로 연결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랑시에르의 말에 의하면 정치적 예술은 예술성을 파괴하려는 효과와 정치성을 파괴하려는 효과의 혼합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상의 랑시에르의 견해에 대한 슬라보예 지젝의 발문은 랑시에르에게 있어서의 정치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의 문제와, 다소 난해한 랑시에르의 용어의 개념을 부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젝은 다른 이론가들의 견해와 구별되는 랑시에르의 ‘미학’을 강조하며 랑시에르의 저작이 지니는 의의를 강조한다.
  『감성의 분할』은 그의 사유를 요약적이고 명시적이게 정리한 글로, ‘감성의 분할’이 나타내는 의미와 그것이 매개하는 정치와 미학을 설명하며 더 나아가 모더니티 개념의 맹점을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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