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민주화와 총장 직선제

  30년 전 1987년 6월을 기점으로 한국 현대사는 정치적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중에서 6·29 선언에 의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은 독재정권의 종말과 함께 국민들의 민주주의 열망을 일깨워주었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대통령 직선제를 선택함 따라 대학 내에서도 ‘대학 민주화’의 결실로 ‘총장 직선제’를 도입하였다. 1987년 국립 목포대가 첫 직선제를 실시한 이후 1991년 교육 공무원법이 개정되어 직선제를 공식적으로 허용하였다. 1996년에는 모든 40개 국공립대학으로 확대되었다(사립대는 44%). 그렇지만 교육부는 직선제가 대학 내 정치화, 과도한 선거 비용, 과열된 선거 후유증, 등록금 인상, 연구능력저하 등의 폐단을 유발하므로 2012년부터 간선제 방식을 권고(?)하였다. 그 결과, 2015년 8월 부산대를 제외한 39개 국공립대학은 교육부의 일방적인 권고에 굴복하여 총장 직선제를 폐지한다.
  왜 교육부는 강압적으로 ‘대학 자율성’을 파괴하면서까지 간선제를 도입하고, 그 도입과정에서 총장 선거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막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 권한을 ‘정부재정사업’과 연계시켜서 모든 국공립대에 간선제 채택을 밀어붙였을까?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동안 교육부는 ‘간선제’에 의해 선출된 한체대, 공주대, 방통대, 전주교대, 광주교대 총장 후보자들의 후보 임용 제청을 명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고 거부하거나 경북대, 충남대, 경상대, 순천대, 한국해양대, 공주교대, 서울대 등은 1순위 후보자 대신 2순위 후보자를 임명하였다.
  지난 2016년 연말부터 시작된 ‘촛불시민혁명’은 ‘국정농단’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박근혜 정권을 몰락시켰다. 1,500만 ‘촛불’에 의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탄핵에 따라 실시된 조기 대선 결과, 한국 정치의 민주화 열망이 더욱 타오르고, 대학 스스로 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교육부에 굴복한 ‘총장 직선제’를 다시 채택하는 것이다.
  물론 총장 선출을 직선제로 할 것이냐, 간선제로 할 것이냐는 대학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다. 교육부가 재정지원 및 대학평가와 연계시켜서 권고(?)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총장 직선제를 다시 시행하기 위해서는 ‘교육공무원임용령’과 같은 법령 또는 각 대학의 학칙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험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아직도 많은 대학 당국은 일반 교수들의 ‘대학 민주화’의 열망과는 상관없이 교육부의 눈치를 보면서 관련 법령이나 학칙 개정은 나중에 천천히 하자고 하는 분위기이다.
  우리 대학에서는 30여 년 전 6월 민주화 운동을 온 국민들과 함께 펼쳤던 것처럼 다시 대학 민주화를 회복하는 데에 여느 대학보다 먼저 나서야 할 때이다. 지금 당장 총장 직선제가 어렵다고 할 게 아니라 교육부의 반민주적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총장 직선제의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관련 학칙 개정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먼저 올 가을 코앞에 닥친 경상대, 농생대, 인문대, 의대 4개 대학의 학장 선출제도 개정에 관한 논의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 대학 구성원 모두 다시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교육부의 대학 통제에 따라 대학 자율성을 침해 받거나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다시 그 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많은 피와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헌법 제31조 제4항에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되어 있음을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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