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낙태에 대한 권리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여성이 가져야 할 근본적 권리로 여기고 있다.

논란이 된 의료법 개정안 

  현재 우리나라 법에서는 불법 낙태를 한 임신부에게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과 의사에겐 최대 10년 이하 징역을 규정하고 있다. 의사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3년간 의사 면허가 취소되고, 벌금형 미만이면 자격 정지 1개월 처분을 받게 된다. 임신에 책임이 있는 남성에게는 따로 처벌이 규정되어있지 않다.
  낙태죄는 2012년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들의 의견이 4대4로 찬반이 엇갈리며 합헌 판결이 나면서 첨예한 쟁점이 됐으나 그 해 대선이 실시돼 논의가 중단됐다. ‘낙태죄’ 논쟁은 지난 해 9월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복지부가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며 이를 시술한 의사에 대한 처벌 기준을 1개월에서 최대 12개월까지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여성단체와 많은 여성들은 복지부의 입법예고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시위에 나섰다. 결국 정진엽 당시 복지부 장관이 법률안 재검토에 나서면서 처벌 강화는 없던 일로 정리됐다. 이후 수정안은 불법 낙태수술을 ‘형법 위반행위’로 표현했고, 자격정지 기간은 현행과 같은 1개월로 규정했다.

 

낙태 합법화 찬성과 제한적 허용

  김소애(정치외교·2)학우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자유’를 낙태 합법화 찬성의 가장 큰 이유로 뽑았다. 김소애 학우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결정권은 본인에게 달려있는 것이며, 여성에게는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선택능력이 있다”며 “출산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타인이 왈가왈부할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소애 학우는 낙태 합법화 찬성의 이유로 ‘육아·양육 지원 체계 미비’를 지적했다. “사회적 범위에서 볼 때 육아나 미혼모에 대한 적절한 시스템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아이 한명을 키우는데 엄청난 돈과 정서적인 기반이 필요한데 국가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아이를 낳으라고만 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낙태는 불법이지만 특수한 경우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낙태가 인정되는 특수한 상황은 모자보건법에 명시돼 있다. 임신부나 배우자가 유전적 정신장애, 신체질환이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산모의 건강이 우려되는 경우 등 5가지가 예외이다. 이러한 합법적인 낙태도 임신 24주 이내에만 가능하다.
  이에 대해 이유빈(심리·3)학우는 “낙태를 반대하는 논리로 ‘생명 존중’을 내세우는데, 오히려 제한적 낙태 허용은 생명에 차별성을 부여하는 것”이라며“생명 존중에 모순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여성이 가져야 할 근본적 권리로 여기고 있다.

 
 낙태는 여성이 가져야 할 근본적 권리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여성이 가져야 할 근본적 권리로 여기고 있다. 게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23개국이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출산의 주체로서 여성의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 출산결정권 보장을 위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는 추세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는 "낙태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려는 것을 철회하고, 사회적 합의안 및 합의안의 입법화를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에 의한 합리적인 법 개정 이전에 의사와 여성에 대한 처벌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낙태 불법화는 비전문가의 낙태수술로 인해 사망률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해외 원정 낙태나 약물 낙태,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 시술, 태아 유기 등 수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세계에서 낙태죄를 가장 엄격하게 처벌하는 나라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인공적인 임신중절률을 보이고 있다는 게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의견이다.

 

정부의 노력과 사회적 논의, 합의점 도출해야

  보건복지부는 낙태에 관련된 의료법 개정안을 발표한 후 논란이 발생하자 개정안 발표를 철회하고 손을 뗐다. 낙태 수술이 이뤄지는 사회적 맥락과 저출산의 근본적 이유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단편적인 대책과 처벌만으로 문제에 접근할 뿐,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 합의점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다. 국가는 하루빨리 실질적이고 지속적으로 여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료지원, 상담, 사회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금지규범 강화보다는 낙태의 절차적 요건을 구체화하고 임신초기부터 출산 후에 이르기까지 상담 및 교육, 양육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통해 낙태율 감소 및 임부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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