進一步

  “철없을 때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때로는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빠와 엄마는 지금도 참 행복하게 살아계셨을 텐데. 하지만 한 번도 당신을 보지 못한 불효가 이제 당신보다 더 커버린 나이가 되고나서야 비로소 당신을 이렇게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아버지, 당신이 제게 사랑이었음을. 당신을 비롯한 37년 전의 모든 아버지들이 우리가 행복하게 걸어갈 내일의 밝은 길을 열어 주셨음을. 사랑합니다. 아버지!” (5·18 기념식 유가족 추모사 中)

  지난 5월 18일, 5·18 광주 민주화운동 37주년을 맞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5·18 기념식이 열렸다. 5·18 기념식에서 추모사를 낭독하며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을 한참동안 안아주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들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정치 공백을 틈타 국군 보안사령관 전두환 일행(신군부 세력)이 쿠데타(12·12 사태)를 일으켰다. 국민들은 신군부 세력에 맞서 민주화 시위를 전개했다.
  신군부 세력은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해 무력진압을 시작했다. 이에 국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전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군부 세력은 전남 광주로 계엄군을 출동시켜 무차별적으로 시위를 진압했다. 진압과정에서 신군부 세력은 총·칼까지 동원해 무고한 광주 시민들을 참혹하게 살해했다. 광주 시민의 격렬한 저항은 폭압적인 계엄군의 총·칼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당시 신군부의 언론통제하에 5·18 광주 민주화운동은 북한의 소행이라 거짓 보도됐다. 그 이후 현재까지도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관련된 당시 전두환 정부의 사망자 암매장 문제, 헬기사격, 지휘체계 등에 관한 실체적 진실은 규명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5·18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행동과 발언은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닌 ‘정부를 위한 국민’을 연상시킨 지난 9년의 역사를 되뇌게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5·18 기념식의 달라진 모습은 단순히 대통령이 참석했다거나 <임을 위한 행진곡>이 공식 제창으로 바뀌었다는 형식적인 변화를 뛰어넘어 진정으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의의를 곱씹어보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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