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과 곡선 (김민서,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1)

새벽, 합판이 목공소에 도착했다
똑같은 직선으로 몸을 쭉 편 목재들
저마다 다른 곡선을 품고 있었다
춤추고 돌고 구부러졌다가
톱질하는 순간 딱 멈춰 버린 곡선들이 있었다
아버지는 나무의 온기가 남은 목재를 끌어다가
자의 눈금에 맞추었다
나는 직선처럼 서 있던 몸을 구부려
대패질에도 지워지지 않는 곡선들을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망치로 못을 박자
직선은 직선대로 모서리를 만들고
곡선은 곡선대로 서로 다른 면과 어우러져
물결 같은 무늬를 만들고 있었다
함께 하나의 모습으로 굳어가고 있었다
나무가 쌓아온 곡선의 시간이
아버지가 맞춘 직선의 시간과 합쳐졌다
하나의 시간으로 맞물렸다
사포질을 끝마친 책꽂이 위
황금빛 햇살이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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