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서, 나는 죄인이다

  5월 24일 수요일, 대만에서 동성결혼 금지가 위헌 판결이 난 같은날, 영외에서 동성 간 성관계를 한 육군 A대위에 대한 판결이 내려졌다. 결과는 유죄. 군형법에 따른 재판이라고는 하지만, ‘동성 간의 관계’를 죄로 규정한 하나의 선례가 되었다. 탄원서도 제출하고, 나도 잡아가라는 각종 대자보와 시위가 있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같은 날 뉴스를 보고는 한동안 멍했다. 그리고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이 나라에서 성소수자는 설 곳이 없구나.
  동성애자를 색출하고 성경험 등에 대해 추궁하는 행위는 군대 내에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끔찍한 행위는 실제로 일어났고, 이로 인한 피해자도 다수가 생겨났다. 이러한 일들에 대해 SNS 글들은 이렇게 말했다. ‘아래 계급이 동성애자에게 강간을 당하면 어떡하냐’, ‘남자들밖에 없는 곳인데, 우리 아들이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냐.’
  동성애자 모두를 성범죄자로 생각하는 것이다. 여군이 당하는 성폭력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않던 사람들이, 오히려 여군의 옷을 벗기던 사람들이 게이는 색출해내고, 낙인을 찍는다. 성소수자는 범죄자가 아니다. 군 내 성폭력은 성적 지향과 관계가 없다. 군 내 성폭력은 성적 문제가 아니라 계급, 권력의 문제이다. 이성애자가 군 내 성폭력을 저지르면, 이성애는 죄라고 할 것인가? 아니, 그 사람이 문제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동성애자에 대해서는, 동성애자 전체를 싸잡아 욕한다. 약자의 인권이란 언제나 이렇게 타자화되고, 한데 묶여 대상화된다.
  누군가는 말한다. 너의 일이 아니잖아. 왜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성소수자라는 생각도 하지 않아서겠지. 당신 옆에 있는 사람이 성소수자일 수 있다는 것을, 당신 친구가 군인 신분의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색출당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해서겠지. 물론 나는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색출당할 일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동성애자를 색출하는 것을 보고 비판이 아닌 옹호와 정당화를 하는 나라에서, 성소수자는 설 곳이 없다. 내가 성소수자라는 게 알려지면, 법적 처벌은 받지 않겠지만 사회적 낙인이 찍힐 것이다. 일자리가 있다면 해고를, 주변 사람들에게는 수군거림을 받을 것이다.
  나는 원한다, 성소수자가 그 어떤 차별도 받지 않는 세상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색출되지도 않고, 낙인찍히지도 않는 그런 세상. 언제쯤 그런 세상이 올 지 모르겠다. 아니, 우리나라에 그런 세상이 오기나 할까. 옆 나라에서 동성결혼 합법화가 될 동안, 우리 나라는 여전히 성소수자를 반대할 자유는 없냐는 말이 나오며, 군에서는 데이팅 어플에 잠입해 동성애자를 색출하고, 협박하고 있으니.
동성 간의 관계가 죄라면, 나는 이 나라에서 죄인이다.
  나도 잡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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