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너 풀트가 전하는 금서의 역사

  수개월 전 발표된 전 정부의 블랙리스트는 상당수의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거론함으로써 예술은 권력과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또한 이러한 블랙리스트는 표현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되고 있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 실시간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다. 이와 같은 ‘블랙리스트’의 사례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우리는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사회 안에서조차 우리의 자유를 철저하게 감시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베르너 풀트가 집필한 『금서의 역사』는 우리들의 자유를 침해하고 제한하는 검열의 다양한 사례를 프랑스와 독일의 역사를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다. 총 1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본 저서는 검열의 주체, 대상, 주제 등 다양한 층위에서 검열의 사례를 살피고 분석하여 우리가 ‘검열’이라는 단어로부터 쉽게 떠올리는 종류의 검열과 그렇지 않은 생소한 분야에서의 검열을 고루 다룬다.
  『금서의 역사』는 작가(또는 창작자)가 스스로의 작품에 가하는 검열인 자기검열을 책의 첫 번째 장으로 삼았다. 자기검열의 자발성은 집단의 탄압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과 순전히 남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목적 등의 상반된 양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전자의 경우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후자의 경우처럼 온전히 작가 자신에 의해 이뤄지는 검열이 드문 것은 또한 아니다. 대표적인 자기검열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의 경우, 자신의 모든 글을 불에 태워달라는 유언을 남겼을 정도이다.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가해진 검열은 바로 그 뒤를 이어 설명된다. 이상의 두 장은 전부 검열의 주체에 따라 나타나는 검열의 사례들을 말한다.
  검열의 목적은 당대 사회를 저해하는 악을 근절시키거나 대중의 정신을 지배하기 위해, 또는 종교에의 믿음과 집권층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함에 있다. 이 각각의 목적들은 결국 당대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공고히 하는 것을 최종적으로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베르너 풀트가 해당 장에서 언급한 작품들은 우리들에게 결코 낯설지 않다. 『몬테크리스토 백작』, 『레 미제라블』 등의 책은 분명 과거에 검열되었던 작품들이나 현재 우리들은 그것들을 아무런 제약 없이 접하고 있다. 이는 검열로 인한 금지가 영구불변한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검열로써 유지하고자했던 이데올로기가 변화하는 만큼, 검열의 기준 또한 유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서두에서 언급한 ‘블랙리스트’를 통해 알 수 있는 것과 같이 검열이 단순히 창작된 작품 그 자체에 한정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그 방식 역시도 단순하게 발간이나 공연을 금지시키는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주도적 사상에 위배되는 발언을 하거나 그러한 작품을 창작한 예술가들은 그들의 활동에 필요한 지원금을 수혜 받지 못하거나 생계를 유지할 작품 활동의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기도 한다.
  이처럼 표면적으로 드러나거나 혹은 심층에서 행해지는 갖가지의 검열은 우리의 문화생활에 있어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검열에 대해 어떠한 자세를 취할 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다.  (신다슬 대학원생 기자, 국어국문 석사)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