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사람들은 ‘물질적 재화가 풍요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들은 이 풍부한 재화들을 현대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노동으로부터 획득한 결과물이기보다는 그들에게 본래 주어져야했던 신이 내린 은총처럼 여긴다. 장 보드리야르는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사회현상을 분석하기 위한 새로운 시각으로서의 소비 개념을 제시한다. 사용가치로서 파악되었던 소비는 이제 그로 하여금 교환가치로 파악해야하는 대상이 되었다. 우리의 사회는 현재 소비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소비의 사회』는 장 보드리야르의 이와 같은 시각을 바탕으로 분석한 사회에 대한 저작이다.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기존에 이해하고 있던 ‘풍요’와 ‘낭비’, ‘결여’ 등 다양한 개념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소비의 사회』는 이들 개념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덧붙인다. 가령, ‘풍요사회’는 ‘소비사회’와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현재 우리가 사는 소비사회에선 물질적 재화만이 풍요로울 뿐이다. 풍요사회는 단순히 물질적인 풍요만으론 이루어질 수 없다. 풍요는 장래를 생각하지 않고 낭비함으로써 성립된다. 낭비는 여분의 어떤 것을 소모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여분을 소모할 때에야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이 소모는 완만한 단계의 사용이 아닌 급격한 소모에 이를수록 그 가치가 커진다.
  이러한 사회에선 선택의 자유가 소비자에게 강요된다. 소비자들은 주체로서 자신의 선택에 따라 소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경제체제에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생산영역이다. 소비자들은 소비의 체계 아래에 존재할 따름이다. 소비사회는 자신에게 귀속된 소비자에게 사회적 훈련을 실시한다. 그 예로는 신용판매제도가 있다. 신용판매제도는 사람들에게 저축과 계산에 대해 훈련시킨다. 한편 오늘날 사람들에게서 확인할 수 있는 ‘맹렬한 이기주의’는 자신이 현대사회의 피착취자라는 잠재의식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이기주의라는 형태의 사회에 대한 저항에, 사회는 강제로써 대응한다.
  소비사회는 평화로운 사회인 동시에 폭력 사회다. 풍요와 안정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사회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의 실제적인 폭력이 발생한다. 사회는 이러한 통제 불가능한 폭력을 가상의 ‘폭력의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막아낸다. 이들 폭력의 모델은 텔레비전과 같은 미디어를 통해 우리에게 제공된다. 미디어는 이 폭력을 드라마틱하게 꾸며내 소비자의 죄의식을 제거하는 동시에 실제적 폭력에의 힘을 억압하고 포위한다.
  한편 소비사회에서 상류계급의 사람들은 더 이상 과시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과소한 소비’를 함으로써 겸손의 자세를 취하지만, 그들의 과소소비는 오히려 역으로 그들의 부를 부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반면 중간계급은 상류계급을 지향하는 과시소비의 형태를 보인다. 소비사회에서는 건강 또한 과시의 유형으로 취급한다. 건강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대가를 지불해야하며, 지불할 수 있는 대가에 따라 의사를 대면하거나, 의약품을 지급받는 식의 차등적 결과를 얻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소비사회는 계급사회라고도 볼 수 있다.
  소비사회는 그 자체로 소비사회에 대한 신화이다. 소비의 주체는 우리들 개인이 아니라 기호의 질서이며 우리는 소비사회 안에서 모든 것을 관념적으로 소비하는 (심지어는 우리들 자신까지도) 소비자에 불과하다.     (신다슬 대학원생 기자, 국어국문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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