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표 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표를 받았으니 제가 좋하해야 합니까?'

  솔직하게 썼다고 판단되는 일기는 별표를 받았다. 잘 썼다는 뜻이다. 별표 일기는 담임선생님에게 인정받는 제자라는 증표, 잘 쓴 글과 잘 못 쓴 글을 나누는 척도였다. 별표 일기를 가장 많이 누적한 학생은 한 달에 한 번씩 칭찬도 받고, 박수도 받고, 도서문화상품권도 받았다. 나는 별표 일기를 잘 못 쓰(지만 포기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별표 일기는 당시 나의 열등감 중에서도 꽤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이었다.
  어느 날 일기장에 함께 어울려 다니던 친구와의 갈등을 ‘솔직하게’ 적어 냈다. 그런데 그 날 친구가 몰래 내 일기장을 들췄다. 대걸레 물 짜러 화장실로 가는 내게 와서 너 아주 웃긴다고 했다. 내 친구 웃기려고 써 낸 일기는 아니었다. 일기장은 점심시간부터 청소시간이 될 때 까지 교탁에 놓여있었다. 내 일기장을 들춰보고 내게 뭐라 한 친구보다, 표지에 보란 듯이 이름이 쓰여 있는 일기장을 교탁에 무심히 방치해둔 선생님이 더 미웠다. 돌아온 내 일기장에는 별표가 그려져 있었다.
  어느 날의 교탁에는 선생님과 엄마 아빠사이의 돈독한 관계를 부담스러워 하는 ‘솔직한’ 일기가 올라갔고, 그 날 방과 후엔 아빠가 학교를 찾아왔다. 선생님과 긴 면담을 했다. 내 일기의 내용이 아빠와 선생님의 대화 주제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날의 기억도 자랑스러워하라는 듯, 별표가 그려진 일기로 돌아왔다.
  ‘별표 일기’를 얻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위험 부담을 껴안아야 했다. 교탁에 올라간 솔직함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곳저곳에 영향을 주고 다녔다. 아빠를 학교로 부른 일기가 내 마지막 별표 일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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