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대선을 즐기자

박종석 교수(원예학과)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지난 반년 동안의 사건들은 현대정치의 비극이자, 촛불로 일궈낸 민주시민의 들불 같은 혁명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서 1명의 구속자 없이, 총알 하나 없이 오로지 촛불과 시민의 함성으로 권력이 교체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니,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위대했으며, 민주주의의 진정한 권력은 행동하는 시민의 실천의지에서 나온다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지난 반년을 떠들썩하게 했던 역사적 사건의 마지막 퍼즐을 맞출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장미 대선을 즐기자.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이야기 한다. 왜 그토록 중요하단 말인가? 민주주의에서 직접선거는 평소 자신의 생각과 가까운 국가운영의 철학과 정책에 대한 비전과 실천의지가 있는 후보자에게 한 표를 행사하여 내 삶을 변화 발전시키기 위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어진 법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시민은 즐겁게 한 표를 던져야 한다.
  대통령의 직무에 대해 헌법 69조는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첫째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할 것, 둘째, 조국을 평화적으로 통일하도록 할 것, 셋째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시킬 것, 넷째, 민족문화를 창달할 것으로 대통령 취임 때 이렇게 선서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우리는 이러한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후보자에게 표를 던지면 된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후보자의 역량을 검증하고 선별할 것인가? 모든 인간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언행이 일치하는 인간은 없다. 사람은 자신이 표방하는 이론과 실제 행동할 때 사용하는 이론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현재 공약으로 내거는 말이 아니라 과거 중대한 사건들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행동을 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믿을 만한 정보라고 생각한다. 즉, 과거의 행동으로 미래의 행동을 잘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은 BBK가 자신의 회사가 아니라고 뻔뻔히 거짓말을 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자기변명과 거짓말을 아직까지도 하고 있지 않은가? 지난 9년간 우리사회는 상식이 통하지 않았고, 비정상이 정상을 이기는 사회였으며, 가진 자들의 사회적 ‘갑질’이 판치는 사회이지 않았는가? 촛불의 민심은 우리에게 진정한 시대적 사회적 요구가 무엇인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후보자들이 중대한 과거 역사적 이슈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노력했는지, 근거 없이 말 바꾸기는 없었는지, 어떠한 헌신적 노력을 기울였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우리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자.
  정당정치를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현재 한국 정당들이 표방하는 노선은 보수에서 중도, 진보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보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표방하며, 세금감면과 성장중심의 경제정책, 노동 유연성이란 명목으로 비정규직을 유지하고, 기업 입장의 정책을 주도한다. 그 결과 우리사회는 OECD 국가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양극화가 가속화되었다. 반면 진보는 수정자본주의적 경제정책을 표방하며, 법인세의 증세,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가능한 비정규직을 서서히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자본이 노동을 착취하는 구조를 법적 제도적으로 고쳐나가려는 노력을 한다. 쉽게 말하면 상대적으로 보수는 사회의 기득권층을 대변하고 진보는 피기득권 층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계급적 성향의 투표(우리나라에서는 지역적 성향의 투표를 많이 했지만)를 하는 민주주의에서 기득권층과 피기득권층이 각각을 대변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이다. 그러나 기득권층이랄 수 있는 사람이 진보 진영에 투표하는 사람은 매우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손해가 예상되나 사회적 안정과 부의 분배를 택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피기득권층의 유권자가 보수 진영에 투표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지만, 자신의 이익과 반대 되는 편에 투표하는 많은 유권자들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인간이란 동물은 피지배계층으로 한 사회에 오래 살게 되면 그 사회나 시스템에 순응하게 되고, 현재의 경제적 위치와 무능에 대한 이유를 자신이 부족하거나 못나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 사회가 그들을 경쟁 속으로 내몰고 실패자와 성공자의 이분법적 잣대로 나누었다는 것은 느끼지 못하면서 말이다. 우린 그냥 외치고 싶다. 그저 열심히 평범하게 살았다고... 그러나 이 사회가 청년들을 실업자로 비정규직으로 몰아냈으며, 아파트 한 채 장만하는 것을 평생 동안의 꿈으로 만들게 했다고... 이젠 바꿔야 하지 않을까? 다시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5월 장미 축제를 진정한 우리 시민들의 향연으로 만들자. 진정 나를 위한 후보자가 누구인지 고민하고 꼭 한 표를 행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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