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기다리며

홍세영 기자(정치외교학과)

  연녹색의 새 잎이 돋는 계절이다. 무언가의 시작이 봄으로 비유되듯, 이유 없이 설레고 무엇인가 시작될 것 같은 계절이다. 그러나 기자의 ‘스무살의 봄’은 낯선 모든 것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었다. 나에게는 모든 것이 적응의 대상이었다.
 기자는 청송군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라 2016년도 신입생 행정 오리엔테이션이 열리는 날 처음으로 대전이라는 땅을 밟아보았다. 전날 밤, 혹여나 학교까지 가지 못하고 길을 잃을까 걱정이 됐다. 지도와 버스 배정표를 프린트한 쪽지를 가방 안쪽에 넣어두었다. 깜깜한 새벽에 집을 나섰고, 다행스럽게도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105번 시내버스를 타고 대전에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먼 타지에서의 기숙사 생활은 적응하기 힘들었다.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들과 내 모든 것을 처음 보는 룸메이트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불편했다. 사실 그곳은 퇴사할 때 까지도 정이 들지 않는 이상한 곳으로 기억된다.
 작년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이 돼서야 이곳에 적응해나갔다.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첫 월급은 용돈으로 다 썼다. 두 번째 월급을 받고나니 부모님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인터넷에서 정관장 홍삼액을 주문해 고향 부모님께 택배로 보냈다. 내심 부모님께 기특하다고 칭찬받길 기대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는 것이 의아했다. 전화를 드렸더니 잘못 배송된 걸로 생각해 뜯지도 않고 계셨다. 머쓱했다. 종종 선물과 연락을 자주하리라.
 어렸을 때부터 나를 깨워 지각하지 않게 학교를 보내는 것이 부모님의 하루 중대일과 중 하나였다. 때문에 부모님께서는 잠 많은 딸이 학교를 못가는 건 아닐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이제 알람을 듣고 일어나서 1교시를 간다. 물론 지각할 때도 종종 있지만….
 고등학교를 다닐 땐,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수업시간 내내 배가 고파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등교하는 길에 따라 나와 아침거리와 간식을 챙겨주시곤 했다. 이제는 아침밥을 먹는 게 더 낯선 하루가 됐다.
 문득 그들이 내 곁에 없음을 적응해 나가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곁에 있을 때는 소중한 것을 알지 못한다고들 하지만 곁에 없으니 더 무뎌지는 것도 있더라. 모든 게 미숙하고,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라 생각하는데 내 나이는 나를 다 큰 성인으로 취급하려고 한다. 앞으로도 쭉 어린 막내딸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향에 내려가 어리광이나 피워야겠다. 마침 5월은 연휴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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