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헤드의 포스트모더니즘

  Creep’과 ‘High and Dry’등으로 국내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가진 라디오헤드는 서정적인 성격의 록 밴드였다. 분명 록 음악을 하는 밴드였던 라디오헤드는 어느 시점부터 실험적인 곡을 들고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후로는 아예 새로운 수준의 음악을 개척하고 있다. ‘OK Computer’앨범 이후 ‘Kid A’와 ‘Amnesiac’앨범의 곡 일부는 초기 팬들과 청중들에겐 그야말로 정체불명이라 할 수밖에 없는 음악들이었다. 여전히 라디오헤드는 최고의 밴드지만 변화한 음악 스타일을 두고는 현재도 호불호가 갈리고 있으며 그 중 특히 난해한 곡들을 두고는 해석도 다양하다.
  라디오헤드가 록 밴드 같지 않은 록밴드가 되었다는 건 그들이 음악에 포스트모더니즘의 색채를 더 강하게 담았다는 뜻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음악이란 ‘음악이 음악답지 않아도’ 음악이라고 인식하는, 규율에 저항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음악을 말한다. 포스트모더니즘 음악 세계에선 음악을 만드는 기본 구성과 형식 자체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빈번해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두고 난해하다고 느낄 법도 하다.
  라디오헤드는 사실 스타일이 변했다고 평가받는 ‘OK Computer’이전부터 포스트모더니즘적 정신을 가진 밴드였으며 이후엔 그저 그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뿐이다. 데뷔 싱글 ‘Creep’에서의 주제 의식과 가사에서도 일찍이 그런 조짐을 포착할 수 있다. 자기 비하가 중심이 되는 이 곡의 주제는 20세기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이르러 방황하는 청년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라디오헤드의 음악적 성향은 이후 발표한 곡들에선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우선 상식적으로 해석 가능한 가사를 가진 곡이 거의 없다. 가사가 몇 문장 되지 않는 곡도 많으며 특정 단어나 문장을 반복하기도 한다.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에서는 ‘Yesterday I woke up sucking a lemon’, ‘There are two colours in my head’의 두 가지 문장을 계속 반복하는데, 가사를 해석하려 애쓰다보면 ‘레몬은 중의적인 의미로 쓰인 걸까?’ ‘왜 하필 두 가지 색깔 일까?’ 하는 궁금증들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들도 그냥 즉흥적으로 머릿속에 스쳐가는 생각을 적어놓은 것일 뿐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임의성에서 이처럼 아무런 의미 없는 단어의 나열은 빈번하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저 ‘그냥’이다. 또 다른 임의성의 예로, ‘Creep’의 후렴구 직전에 들어가는 강렬한 기타 연주는 사실 연주가 아니라 임의적으로 기타를 긁어서 낸 기타 노이즈다. 
  록 밴드의 음악에는 일반적인 사운드 기준이 있다. 적어도 기타, 베이스, 드럼 등의 악기는 갖춰져야 하고, 이들의 사운드가 담겨 있어야 하는 것인데 라디오헤드는 또 다시 참신한 시도를 한다. 기타, 베이스, 드럼 보다는 신디사이저를 사랑하는 듯하고 악기가 가진 새로운 소리를 탐구한다. 보컬 역시 정상이 아니다. 뭉개지고, 잡음이 가득 할 때도 있고 심히 건조하거나 심히 축축하다.
  리듬을 살펴보자. ‘Morning Bell’의 드럼 리듬은 당황스럽게도 어느 박자에도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다른 악기가 맞춰야 할 박자를 제공하는 드럼이 오히려 본 리듬을 교란시키는 방해꾼 역할을 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구성이 조화를 이룬 음악을 듣기 좋고 아름답다고 여긴다. 그래서 규칙을 거부하고 도전하기까지하는 포스트모더니즘적 특성을 음악에 반영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포스트모더니즘 음악으로 대중성과 예술성까지 확보한 라디오헤드는 그들의 영역에서 의미 있는 성취를 이뤄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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