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보며 겨울을 배웁니다

  카메라를 사고 신이나 제일 먼저 한 일은 학교를 담는 일이었습니다.순간을 담고 시절을 담으려 산 카메라였으니, 저를 둘러싼 현재를 찍기 위해선 학교를 찍는 일이 제일 적합하다 생각했어요. 대학에 들어와 몇 년동안 한번도 못 가본 학교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진기를 들이밀었어요. 지금 이 가을을, 이 나이를, 이 청춘을 흠뻑 느끼자고 몇번을 다짐하고 곱씹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충실했던 과거가 돼버린 그때의 현재가, 어쩔수 없이 빈틈있는 후회로 남는건 제 몫이 아니더군요. 좀 더 천천히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살아가면 후회가 덜 할까요? 오히려 후회는 저에게 가르침을 주려 그리 날마다 있나 모르겠습니다. 형형색색 눈부시던 그 때의 가을날이 이제서야 더욱이 빛나 보이는 제가 밉습니다. 더 천천히 살아야겠습니다. 더 진하게 담고파서요. 오늘 하루만은 잠시 머리 아픈 일 미뤄두고 천천히 갑시다.

이동환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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