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윤 편집국장(고고학과)

  작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정책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프로젝트 언론팀으로 활동하면서 청년들을 인터뷰 할 일이 많다. 취준생부터 대학생, 고등학생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묻는다. 그때마다 인터뷰원에게 듣는 말이 있다.

“불안해요”

 인터뷰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 흔히 언론에 소비되고 있는 청년들은 없다. 좌절과 역경이 있어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불굴의 청년들 말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에 '아프면 병원가야지'라고 답변하던 유머는 더이상 유머가 아니라 현실이 됐다. 하루하루 인터뷰를 진행하면 할수록 지금의 삶이 불안하고, 어렵고 막막해서 어딘가라도 기대고 싶은 청년들의 진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나 때는 말이야…."

일명 ‘꼰대’들의 조언은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한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대외활동, 영어공부, 학점관리, 인턴까지 남들이 하는 걸 다 해도 여전히 불안하다. 남들보다 뒤처지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엄습한다. 이 와중에 정부가 저소득 청년 구직자에게 300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청년 고용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34세 이하면서 학력이 고졸이하인 청년이 지원 대상이다. 기사의 댓글창에는 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비웃음이 가득하다.
 이번 대책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10번째 발표된 청년고용문제 해소 대책이다. 그럼에도 정부 대책이 처음 나왔던 2013년 10월만 해도 7.8%였던 청년실업률이 2015년 9.2%, 2016년 9.8%, 지난 2월에는 12.3%까지 치솟았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겉핥기식 대책에 ‘더 나은 미래’를 기다리던 청년들의 마음이 얼어붙는다.
 얼어붙은 마음을 뒤로하고 교정에는 봄이 찾아왔다. 일명 ‘막걸리동산’이라 불리는 자연과학대학 옆 조각공원에는 연일 학생들이 앉아 ‘랜덤게임’을 하느라 정신없다. '충대신문'이 돗자리로 전락하는 계절이다. 학생들이 '충대신문'을 읽을 수 있도록 더 좋은 기사를 작성해야겠다고 다짐하기도하는 계절이다. '막걸리 동산'에 사람이 늘어날수록 수업시간 출석을 부를 때 대답을 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회관에서 학식을 먹으려면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학교가 왁자지껄하다. 방학 때 한적하던 모습과는 상반된 풍경이다.
 밤은 밤대로 분주하다. 해오름식을 준비하는 신입생들이 학교의 밤을 밝혔다. 궁동부터 기숙사까지 가는 길도 유난히 밝아졌다. 신문사 마감을 마치고 내려가는 새벽, 술에 취해 힘겹게 기숙사로 올라가는 학생들을 심심치않게 마주친다. 그리고 그들의 옆엔 꽃이 활짝 피어있다.
 교정 밖에도 봄이 찾아왔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선고가 나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매서운 바람 앞에 굴하지 않던 촛불이 맞이한 ‘민주주의 봄’이다. 드디어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왔다.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군 맹골수도에서 단원고 학생과 일반인 295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된 지 1076일 만이다. 살아있었다면 함께 교정에서 봄을 맞았을지도 모를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아이들의 길었던 봄소풍이 부디 끝날 수 있길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겨울의 적막을 깨고, 겨울의 한파를 밀어내며 봄은 소란스럽게 우리 곁을 찾아왔다. 차디찬 겨울을 견딜 수 있는 건 봄이 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부디 봄을 기대할 수 없는 겨울이 더 이상 찾아오지를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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