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민영 학우/독어독문학과

  나는 항상 가장 사랑한 무언가를 서울에 빼앗긴다. 어설픈 내가 스스로 노력해서 얻을 수 있었던, 그나마 내가 가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거. 손 가득 쥐고는 행복할 수 있었던 그 무언가. 나는 종일 울면서 가지기를 욕망했던 그 모든 것들은, 이 나라에서 가장 큰 꺼지지 않는 도시의 눈길 한 번에 홀려 사라진다.

  원래 너에게는 과분한 존재였어. 나는 그 사람을 욕망하고 그 사람은 세상을 욕망해서, 서로 바라보고 있는 세상은 좀처럼 겹칠 생각이 없었다. 정말로 내가 가질 수 없는 사람이 맞았지만.

  나는 특별한 도시를 싫어한다. 끈적한 가로등 불빛에 바삐 걸어가는 무표정의 사람들은 녹아내리고. 결국 우울로 잠긴 짙은 푸른색 도시는 쓸쓸한 후퇴의 냄새가 난다. 사람들의 열망이 모여서 결국은 잠기지 않는 체념과 색이 바랜 미련을 만들어내고, 열망을 억지로 토해낸 이들은 다시 속을 채우고자 그 도시를 배회하면서 웅성거린다. 그 무엇으로 허기를 채울 수 있을까. 불빛은 여전히 누군가의 욕망으로 꺼지지 않고, 허기진 사람들은 시뻘게진 눈을 가지고 너무 쉽게 죽어버린다.

  나는 그 꺼지지 않는 불빛에 잠긴 그림자만 내내 그리다 고개를 숙였다. 당장 꺼내다 바칠 욕망도, 열망도 없어서, 그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욕망하는 척 그림자 흉내를 냈다.

  그 도시에서 너는 유독 봄 향기가 나는 가을 같은 사람이었다. 모두가 죽음에 한 발짝 다가간 냄새를 풍기면서 방황하는데, 너는 가을을 입힌 눈동자로 세상을 보면서, 콧노래로는 봄을 흥얼거렸지. 나는 당황스러웠고, 네가 부럽기도 했다. 삶이 얼마나 반짝여 보일까. 그 눈으로 보고 있으면.

  나는 내가 멍청하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

  나는 노래를 잘 부르고 싶었다. 왜, 어딘가에 한둘 정도는 있는 사람들. 정말 못 견디겠는 심정으로 골목 코인노래방에 몸을 욱여넣고, 내내 남에게는 소음일 고함을 지른다. 지쳐 가만히 앉아있으면 누군가 부르는 아이돌 노래, 팝송, 발라드가 보여주는, 귀로 느껴지는 재능. 나는 죽어도 흉내 못 낼 목소리와 누군가 응어리진 사연. 그리고 누군가의 즐거움. 즐거움. 즐거움.

  나는 섬세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사람들을 난도질하고 다녔다.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서, 나는 그래도 괜찮은 사람인 줄 알고 살았다. 내가 들쑤시고 덩그러니 빈 구멍을,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묵묵히 메꾸었고, 그 사랑으로 만들어진 침묵을 기반 삼아서, 나는 내가 잘난 줄 알고 살아왔다.

  가만히 등을 벽에 기대고 아무도 모르게 따라부르며 흥얼거린다. 노래가 끝나면 따라 하는 것도 힘겨워하는 내가 부끄러워지는 삶을 살기는 싫었다. 끝내 내 삶도 누군가의 흉내로, 아무도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누군가를 따라 하는 인생. 앞선 이가 노래를 멈추면 내 삶도 잡음을 내면서 도중에 사라질 것 같아서, 단 한 번도 스스로 노래를 시작하지 못한 내가 미련하게 싫었다.

  원래 사랑한다는 말은 가장 늦게 나온다. 세상에 나오는 게 너무 힘들어서 마지막으로 가슴을 터뜨려서 나오거든. 나는 내가 숨길 수 있을 만큼만 사랑해야만 했다. 작은 휘파람으로 아무도 듣지 못하게, 내 작은 사랑은 도시에 바치기에는 너무 소중했고, 밖으로 노래하기에는 내가 너무 작은 사람이었다. 눈물로 만들어진 푸른 도시에서 뒤돌아 나오면서 다짐했다. 두 번 다시 사랑을 가지고 이 도시에는 찾아오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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