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자격

김채윤 편집국장/고고학과

  얼마 전 ‘옥천신문’을 찾아갔다. ‘옥천신문’은 우리 학교 언론정보학과 출신 선배가 편집장으로 있는 충청북도 옥천의 지역신문이다. 광고 수입과 구독료 수입의 비율이 50:50일 정도로 지역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신문이다. 한달음에 옥천까지 찾아간 이유는 물밀 듯이 밀려오는 고민 때문이었다.
 두번째 신문발행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신문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충대신문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 등 수많은 고민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다행히 무작정 찾아간 옥천에서 고민이 해소됐다. 학교를 홍보하는 글은 학교 홍보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이므로 신문에서는 미처 우리가 말하지 못하는 불편들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 학우들이 신문을 신뢰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 은연 중에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다른사람의 입을 통해 들으니 확신이 생겼다.
 처음으로 집단에서 제대로 된 리더의 자리를 맡은 만큼 하루하루가 고민의 연속이다. 어떻게 하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목표를 추진하는 과정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밤을 지새운 적도 있다. 스스로가 리더의 자격이 있는지를 되묻고 또 되묻는다.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지도 늘 되묻는다. 고민을 하다보면 애초에 ‘좋은 리더’가 되는 방법엔 정답이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렇게 다시 고민을 시작한다.
 고민은 결국 리더라는 자리에 따라오는 꼬리표 같은 것이다. 리더의 자리엔 책임이 따른다. 리더는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되는 존재다. 한 가족의 가장, 학과 학생회장, 기업가, 국회의원, 대통령까지 작건 크건 모든 리더에겐 고민이 필요하다. 고민과 소통, 그리고 책임없이 독선과 회피로 무장한 리더가 공동체에 군림하는 순간, 공동체는 와해되고 구성원들은 상실과 고통에 휩싸인다. 소통 없는 학생회의 학생회비 납부 강요는 학과의 분란을 낳았다. ‘운영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니 따라주길 바란다’라는 말은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공동체의 구성원은 리더의 조치를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토론하고 소통하며 보다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주체다. 부정부패와 독선으로 얼룩진 대통령은 촛불과 태극기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광장을 만들었다. 헌법재판소에 불출석 결정한 대통령은 끝끝내 구성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봄꽃 대선’의 성사 여부에 모두의 관심이 쏠려있다. 신입생들로 가득한 학교에도 '봄꽃'이 피기 시작했다. 학교안팎에서 소통하고 책임지는 리더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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