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나는 치킨을 좋아한다. 자아가 존재하던 순간부터 나는 치킨을 먹었다. 왜 치킨을 좋아하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패러데이가 물리를 좋아하는 이유가 없었듯이 그저 그냥 좋아했던 것이다. 사실 치킨은 안 좋아하기가 더 힘든 음식이다. 간혹 피자를 좋아해서 상대적으로 치킨을 안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있다.
  치킨의 기원은 켄터키에 있지만, 한국에서 치킨은 다양한 메뉴와 조합으로 발전했다. 켄터키 시절 치킨이 닭이라면 지금 한국의 치킨은 봉황에 견줄 수 있다. 애니메이션이 일본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지만, 우리는 애니메이션 하면 일본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치킨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면서 양념 및 후라이드와 같은 기존의 치킨이 아닌, 새롭고 참신한 치킨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한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치킨의 가격이 1만원 후반에 다다르자, 높은 퀄리티의 프리미엄 치킨을 원하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치킨의 시초는 네네치킨의 ‘스노윙치킨’이라고 할 수 있다. BHC의 ‘핫후라이드’, BBQ의 ‘황금올리브’, 또래오래의 ‘갈릭플러스’ 등 주류 치킨 프랜차이즈가 각자의 대표 메뉴만을 내세우며 메뉴 선택 갈등을 조장하던 치킨전국시대에 네네치킨의 ‘스노윙치킨’은 치즈와 치킨을 결합시킨 화합의 가치로 대한민국 국민을 한 뜻으로 결집시켰다.
  스노윙치킨처럼 치즈 시즈닝이 뿌려진 치킨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대부분의 치킨 프랜차이즈는 경쟁하듯이 비슷한 치킨을 선보였다. BBQ에서는 ‘치즐링’, 치킨매니아, 강정이기가막혀, 페리카나, 멕시카나, 굽네치킨… 셀 수 없이 수많은 모방 메뉴가 출시됐다.
  대부분 원조를 따라가지 못했으나 예외는 존재했다. 타사의 획일화된 다른 치킨과는 느낌이 확연히 다른 치킨이 있었는데, 그것이 BHC의 ‘뿌링클’이였다. ‘스노윙치킨’과 ‘뿌링클’은 확연히 다른 개성을 가졌고 원조 ‘스노윙’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치즈치킨 시대를 맞아 BHC가 스노윙을 재창조한 것인지, 히든카드를 시대에 맞춰 꺼내놓은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뿌링클을 시작으로 BHC는 프리미엄치킨시대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공고히하며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스노윙치킨 시대가 막을 내릴 무렵, 치킨계에는 새로운 바람이 부는데 이번엔 매운치킨이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매운치킨 열풍으로 굽네치킨 볼케이노, BHC 맵스터, BBQ 마라핫치킨 등의 메뉴가 속속 등장했다. 치킨 과도기를 틈타 BHC는 프리미엄 간장치킨 ‘맛초킹’과 카레와 치킨을 결합한 제2대 뿌링클 ‘커리퀸’을 창조해내는 도전정신에 또다시 치킨계가 떠들썩하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듯 치킨의 시대도 영원할 순 없겠지…    이승호(물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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