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저자 : 유발 하라리

출판사 : 김영사

 

    ‘인간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인간이 스스로 인간이라는 걸 자각하며 시작되었을 질문일 것이다. 대체로 잊고 지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지금까지보다 앞으로 훨씬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인지혁명과 농업혁명을 거쳐 과학혁명이 무르익은 오늘날, 인간은 그동안 인간이 감당하지 않은 엄청난 힘을 갖추었고, 과거에는 주로 주변에 영향을 끼치던 인간이 이제는 스스로를 향해 예측하기 힘든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에는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에 그리 능하지 못하다”라고 어느 평론가가 말한 기억이 있다. 수만 년의 문명사를 돌아본 평가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인간이 이 힘으로 무엇을 할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물음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인간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를 서둘러 더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저자는 역사 발전 과정의 결정적인 일곱 가지 촉매제로 ‘불, 뒷담화, 농업, 신화, 돈, 모순, 과학’을 지목했다. 인간은 불을 지배함으로써 먹이사슬의 최고점에 올라선 후에 언어(뒷담화)를 통해 사회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었다. 또한 수렵 채집인에 머물던 인간은 농업혁명을 통해 인구증가를 실현한다. 늘어난 인구를 통제하는 무기는 종교, 계급, 권력 등 허구의 신화들이다. 그리고 농업의 발달은 부의 증가와 정착생활로 이어졌고, 사람들은 돈을 선망하게 되었다. 500년 전의 과학혁명은 인간에게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여줬다. 40억 년간 자연선택의 지배를 받아온 인류가 이제 신의 영역까지 넘볼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의 지적능력으로 만들어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이런 중요한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해 어떤 전망이 있는지, 지금이 전망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한다.

  호모사피엔스의 뜻은 ‘슬기로운 사람’이다. 과연 사피엔스는 슬기로운가? 오래전에 공존했던 다른 인간종들이 사라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화식(익혀먹는 음식)을 주장한다. 화식으로 인해 인간 뇌의 용량이 커졌기 때문이다. 뇌가 커짐에 따라 생각이 발달하고, 사고력이 커지며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해 추상적인 생각이 가능해졌다. 이것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이다. 저자의 주장을 참고하면 이 과정에서 사피엔스는 스스로와 다른 종들에 대한 관용이나 아량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원래 이런 존재인걸까?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그렇지 못한 다른 종들을 지배하고 군림하려 하는 것일까?

  사실 현대 사회에 일어나는 일들을 유심히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은 끊임없이 전쟁을 하고 타인을 배척한다. 애초에 인간에게 ‘관용의 DNA’가 없었기 때문에 이것을 바라는 자체가 모순인 듯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일말의 여지를 남긴다. 행복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행복에 대한 가능성은 더 많이 열려 있는 것이다.    오훈태 대학원생 기자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