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흐름

 

   최근 온갖 분야에서 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유명 뮤지션들도 여성인권에 앞장선다. 앨리샤 키스는 화장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올랐고, 레이디 가가는 뮤직비디오와 가사, 무대 퍼포먼스로 양성 평등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페미니즘에 대한 일반적인 의식 역시 변화했다. 용어의 정의가 많이 알려진 것 이상으로 페미니스트들에게 보내는 섣부르고 경멸적인 시선도 달라졌다.
  셀러브리티의 영향력은 적지 않다. 그러나 음악계에서 뮤지션들의 페미니즘적 이벤트는 말 그대로 ‘이벤트’에 불과한 듯 순간적인 관심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고 유기성도 떨어진다. 페미니스트들의 외침은 커지고 있지만, 모두 비슷한 수준을 맴돌 뿐이다. 나름 페미니즘의 부흥기라 평가받고 있는 현재가 역설적으로 정체기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들이 염원하는 완전한 성취를 위해선 아직도 깊은 단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기적인 흐름을 형성해 의미 있는 발전 궤도에 올라야한다.
  근본적인 개혁이 꿈같은 말은 아니다. 라이엇 걸 운동(Riot Grrrl Movement)은 1990년대 초 미국에서 발생한 여성 밴드 중심의 하드코어 펑크 락 페미니즘 운동이다. 폭동이라는 뜻의 ‘Riot’과 으르렁 거리는 듯한 ‘Grrrl’의 느낌 그대로 라이엇 걸 밴드는 대체로 공격적인 음악 스타일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라이엇 걸 밴드 비키니 킬과 슬리터-키니 역시 혁신적이고 격정적인 음악 스타일과 전에 없이 급진적인 퍼포먼스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격렬하게 뱉어지는 가사에 실린 메시지는 하나하나 귀에 박힌다.
  밴드들이 해체하며 라이엇 걸 운동이 끝을 보이던 90년대 후반에는 릴리스 페어 페스티벌이 페미니즘 기류를 이끌고 갔다. 릴리스 페어의 기획자 사라 맥라클란은 단순한 페미니즘 운동이 아닌 여성 중심의 축제로 페미니즘에 기여 했다. 97년부터 99년까지 이어진 축제는 의미와 흥행 측면에서 모두 성공적이었다.
  라이엇 걸부터 릴리스 페어까지 이어진 여성 락 페미니즘 흐름은 90년대 내내 이어지며 존재감을 내보였다. 이들은 이후 상당수의 락 밴드에게도 영향을 미쳤으나 그 중 몇에 대한 개별적 관심이 페미니즘 의식 자체에 대한 관심과 집중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리고 얼마 전,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러시아의 여성 락 밴드 ‘푸시 라이엇’이 신보를 발표했다. 2012년 그들은 얼굴을 가리는 형형색색의 복면 마스크와 튀는 옷차림으로 푸틴에 반발하는 노래를 부르다 체포 됐다. ‘푸틴을 몰아내라’는 직관적인 가사는 탁월한 전략이었고 전 세계적 구명운동이 일어나며 유명세를 탔다. 체포된 멤버 몇 명은 징역살이를 했으나 그들은 권력, 시민사회, 억압, 표현의 자유, 성 차별 등의 러시아내 문제를 줄줄이 끌어올렸고 외신은 푸틴을 이렇게까지 효과적으로 곤궁에 빠트린 경우는 없었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푸시 라이엇의 사례 뿐만 아니라, 최근 음악계는 페미니즘적 성취만을 유일한 목적으로 설정하지 않고 인간 사회 전반의 문제를 표면화시키고 있다.
  조금은 변화하고, 더 넓은 분야로 발을 넓힌 음악계의 페미니즘 문화가 이제는 ‘페미니즘 2.0’의 지속적 흐름으로 다시 한 번 부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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