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직필

  #. 일반적인 문제해결법 중 ‘파인만 알고리즘’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이 있다. 파인만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어려운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다. 파인만 알고리즘은 위대한 물리학자 중 한 명인 리처드 파인만의 이름을 땄다. 그러나 거창하게 생각하기 쉬운 파인만 알고리즘의 실체는 허무하다.
  파인만 알고리즘은 세 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첫째, 문제를 쓴다. 둘째, 깊게 생각한다. 셋째, 답을 쓴다. 놀라우리만큼 간단한 파인만 알고리즘은 사실 모든 문제해결에서의 일반적 과정을 요약한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문제를 쓴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복잡하게 엉켜있는 문제 덩어리 가운데 가장 정교한 질문을 추출하는 과정이 바로 ‘문제를 쓴다’의 단계다. 복잡한 문제는 사실 여러 질문의 합이므로 이를 잘게 쪼갠 부분의 질문을 얻어낸다면 정교한 답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단계는 문제를 인식하고 정돈하는 것이다.
  #. 탄핵 정국 촛불 집회 과정 중 경찰은 참가 인원 추산에 ‘페르미 추정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경찰 추산 인원과 주최측 추산 인원 간의 상당한 차이가 생기자 경찰의 추산에 논란이 생겼고, 경찰은 추산방법을 밝혀 해명하려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페르미 추정법은 제한된 사실과 가정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근사치를 도출한다. 허나 필연적으로 추정 과정 중 가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합리적 가정이 있어야만 적당한 근사치를 얻을 수 있다. 경찰은 단위 면적 당 서있는 사람의 수에 집회 면적을 곱하는 방법으로 인원을 추산했다. 언뜻 보기에 그럴싸한 계산이다. 하지만 집회의 특성 상 단위 면적 안에서 흐름이 발생한다. 몇몇 물리학자는 당시 흐름을 고려해 다시 계산을 했고 이를 통해 그들은 경찰 추산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했다.결국 경찰은 집회의 특성, 즉 문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 결과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추정을 했고 큰 오차의 근사치를 얻었던 것이다.
  #. 문제해결의 첫 단계가 문제 인식이라 했지만 문제 인식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문제는 표면 아래서 발생하고, 문제 상황은 마구 뒤섞여 풀기 힘든 엉킨 실타래와 같다. 그러나 엉킨 실타래가 그렇듯 정석의 길을 걸으며 한 올 한 올 되짚는다면 복잡한 문제에서도 정교한 질문을 추출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정론을 말해야한다. 누군가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효율만을 쫓을 때, 비록 입바른 소리라 할지라도 정론을 말해야한다.
  정론직필의 자세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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