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총장 임명, 비선 개입 의혹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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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에 ‘국공립대 총장의 파행 임명’과 ‘총장 공석에 비선실세 개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발표하면서 국립대학 총장 임명과 공백사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지난 1년간 대학가를 휩쓸었던 총장 임명 파행 사태를 되돌아본다.

 

사태의 발단, 직선제 폐지

  본래 국립대 총장후보 선출 방식은 직선제와 간선제로 이원화된 구조였지만, 교육부는 간선제로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쳤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학생·학부모 등에 대한 책무성 약화 ▲학맥, 인맥, 지연 등 파벌형성 ▲정치화로 교육과 연구 소홀 ▲공약 남발로 인한 등록금 인상 ▲능력 위주의 보직임명 한계 ▲선거과열 및 막대한 선거비용 등을 직선제의 폐해로 지적하면서 간선제 일원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후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PRIME) 사업, 대학 인문역량강화(CORE) 사업 등 정부재정지원 사업에서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해 교육부 정책에 부응하는 경우 가산점 및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간선제 채택을 유도했다. 프라임 사업, 코어 사업 등은 올 한 해 대학가의 뜨거운 감자였던 재정지원 사업으로, 각각 3년간 2,000억 원, 600억 원이 투입되는 거대규모의 사업이기 때문에 많은 대학이 사업 선정에 매달렸다.
  대학들이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 매달린 것은 국립대 예산의 많은 부분을 국가지원금을 통해 조달하기 때문이다. 대학정보공시센터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올해 대학회계 예산 중 주요 거점국립대 예산의 상당부분은 국가지원금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별로 올해 수입 중 적게는 37%에서 최대 52%가 국가지원금이다. 대학구조개혁이라는 흐름 속에서 한정된 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돼야 국가지원금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총장선출방식을 비롯한 학사제도와 구조 개편을 강행한 것이다.

 

국립대 총장선출 연대기,
총장공백 장기화

  정부가 국립대를 일방적으로 길들이려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각 국립대학들은 총장선출 시즌을 맞았다. 하지만 교육부가 제시한 방안대로 선출해 추천해도 타당한 이유 없이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당한 대학들이 등장했고, 국립대 총장 공석사태는 장기화됐다. 해당 문제는 현재에도 진행 중인 상태다.
  경북대의 경우, 2012년부터 총장 간선제를 채택했다. 이후 2014년에 총장 선거가 실시되었으며, 같은해 7월에 김사열, 김동현 교수가 각각 1, 2순위로 선정됐으나, 선거 과정의 오류를 문제로 재선거를 치뤘다. 재선거 결과 김사열, 김상동 교수를 각각 1, 2순위로 교육부에 추천했으나 교육부는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했다. 2014년 8월부터 계속된 총장공백 장기화에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경북대 교수와 학생들은 교육부를 상대로 피해보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서명운동까지 전개했다. 논란 끝에 결국 2016년 10월, 교육부는 재선거 당시 2순위 후보였던 김상동 교수를 총장으로 임명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결국 50개월에 걸친 총장 공백사태는 종료됐으나, 왜 2순위 후보를 임명했는지에 대한 답변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대는 현재 유일하게 총장 직선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립대다. 부산대는 2011년 총장선거 당시 직선제 유지를 약속한 당선자가 2015년 6월에 간선제를 채택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학내에선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교수와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교수회는 단식농성까지 벌였다. 결국 같은해 8월 17일 부산대 故 고현철 교수는 '대학 민주화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2쪽 분량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했다. 구성원의 요구에 따라 부산대는 교육부의 방침인 간선제를 거부하고 직선제를 채택해 2016년 5월, 약 7개월 만에 새로운 총장이 임명됐다. 부산대의 사례는 교육부도 결국 직선제 총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편 총장 선거 이후 교육부는 부산대에 대해 대학특성화사업,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비를 대폭 삭감하면서 노골적인 재정적 압박을 가했다. 이에 부산대 교수들과 동문회는 모금운동을 벌이면서 학교의 직선제 유지를 지지했다.
  공주대는 2014년 6월부터 현재까지 총장 공석상태로 직무대행체제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총장선거 결과 1순위 후보로 김선규 교수를 교육부에 추천했으나, 교육부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임용제청을 거부했고, 이에 김현규 교수는 교육부를 상대로 ‘총장 임용제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며 1심에서 서울행정법원은 교육부가 정부 공무담임권을 침해했다면서 김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2심에서도 교육부가 패소했지만 별다른 교육부의 움직임은 없었으며, 현재까지 총장직무대행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우리 학교도 총장선출의 방식에 대한 논쟁으로 내홍을 겪었다. 2015년 10월, 교수회는 총장 직선제 회복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운동을 펼쳤다. 교수회는 ‘국립대 총장 선출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주최했고, 임시교수총회와 교수평의회를 통해 총장 직선제 회복을 강력하게 요구했으며, 대학본부의 간선제 강행에 대해 학내 집회를 열고 삭발식을 거행하는 등 직선제 회복과 대학자율화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결국 대학본부의 강행으로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했다. 최근엔 국조특위를 통해 총장 임명 과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총장선거 당시 두 명의 후보자를 교육부에 추천했으나 투표 결과 2순위 후보자였던 오덕성 총장이 임명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비선 실세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한편 국립대 총장 임명에 대한 의혹은 SNS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소셜 여론분석 서비스인 ‘소셜 매트릭스’를 통해 2016년 11월 28일부터 12월 28일까지 SNS상에서 ‘국립대 총장’이라는 키워드가 포함된 게시물을 검색했다. 검색 결과 관련 키워드로 ‘조사 필요하다’, ‘필요하다’,‘ 총장 임용하지 못하다’등의 키워드가 검색됐고, SNS를 통해서 국조특위에 대한 보도기사가 공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립대 총장에 대한 의혹이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고 논란이 되는 것이다.

 

교과서에 이은 ‘대학 국정화’

  국립대 총장의 임명 사태가 정권의 정치적 코드 맞추기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총장 임용제청이 거부됐던 한국체육대는 전 새누리당 의원을 총장후보자로 추천하자 곧바로 임용됐다. 정부의 국립대 총장선출방식 ‘주무르기’가 결국 정권의 ‘코드 맞추기’를 위한 수단이었음을 교육부 스스로 보여준 셈이다”라고 주장했다. 대학가 전반에 걸친 총장 임명 논란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2014년은 전국 교육감선거가 있던 해였다. 당시 전국적으로 진보성향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교육계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립대 총장임용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학의 자율성과 대학구성원의 참여가 보장된 추천위원회의 대표성, 독립성 및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교육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교육부의 방침대로 후보를 선출해도 임명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이런 교육부의 행보는 국정역사교과서 사태에 이은 대학 국정화로 대학의 자율성을 말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획일화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함을 역설하고 있으며, 헌법 제31조 4항에 의해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 대학의 자율성도 헌법에 의해 보장받는 것이다. 교육공무원법에서도 국립대 총장의 임명에 대해서 추천위원회에서 선정,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선정하는 등 총장선출 절차에 대해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국립대학 의사결정 및 집행의 최고 정점에 있는 총장 선출 방식을 정부가 정하는 ‘단일한’ 방식으로 법령에 규정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주장한다. 지난 몇 년간 대학가를 휩쓸었던 총장 임명사태의 본질은 직선제냐, 간선제냐는 방법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획일화다. 대학의 다양성은 사회 전체의 다양성과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며, 총장의 선출방식은 그 대학의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행정적 절차이다. 대학의 자율성에 ‘폐해와 불합리함’을 근거로 하나의 방식으로 단일화시키는 것은 자칫 사회의 다양성을 저해할 것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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