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촛불에서 새로운 희망을 본다

정용길 교수(경영학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이에 항의하기 위한 촛불집회가 전국에서 열리고 있다. 매주 토요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백만을 넘나드는 사람들이 모여 촛불을 들고 평화적으로 집회와 시위에 참여하면서 각자의 의사를 민주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국가의 존재이유와 함께 이게 나라냐?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대의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자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촛불집회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기적을 만들어 냈다. 정치권이 방향을 잃고 좌 고우면할 때 광장의 촛불은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역사의 방향을 엄중하게 제시하면서 정치권을 감시하고 때로는 질책도 하고 있다. 이 촛불집회는 간접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시민들이 직접 정치를 바꾸고 개혁하는 참여민주주의의 새로운 모델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종종 보였던 폭력적 행동이 사라지고 촛불을 들고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수 백만 명이 모인 집회와 시위현장에서 한 건의 폭력사건도 발생하지 않고, 집회가 끝난 후 현장을 말끔하게 청소하는 성숙된 시민들의 모습에 해외 언론들도 놀라움과 찬사를 보내곤 한다. 대통령이 추락시킨 국가의 품격을 국민들이 나서서 만회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동안 우리의 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헌법 1조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기껏해야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 당일 제한적 범위에서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보여줄 뿐이었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인들이 마치 자기들이 주인인양 행세를 해도 국민들은 체념하고 정치에 대한 불신만 키워갔다. 이는 악순환이 되어 정치판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되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후진적인 모습을 보이곤 했다. 국가자원의 권위적 배분을 담당하는 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자 경제와 사회 모든 분야에 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공정한 기회가 박탈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다. 이에 좌절한 젊은이들은 우리나라를 ‘헬 조선’이라 부르면서 조국에 대한 좌절과 경멸, 탈출을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촛불을 들고 광장을 찾은 시민들의 말과 행동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가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역사를 창조하고 변혁시키는 역사발전의 주체임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밀실에 갇혀있는 파편화된 개인은 매우 미약한 존재이지만 광장에 함께 모여 하나가 될 때 그 거대한 힘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조국은 지금보다 나아져야 하기 때문에 촛불집회에 참여하게 되었다”라는 말은 미래의 희망과 염원을 노래하는 것이었다. ‘깨어있는 시민’으로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현실에 참여할 때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꿈꾸고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선언하고 있다.   광장에 모인 촛불은 말하고 있다. 국민이 역사 변혁의 주체이고, 우리 모두가 적극적으로 현실 개혁에 참여할 때 우리의 미래는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새해 새 아침, 새로운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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