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는 우리들의 대학사회

  지난 48대 총학생회 선거가 티우미 선본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투표 및 개표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다. 투표 강요, 투표함 미봉인으로 인한 전체 무효표 처리의 문제가 나타났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드러난 무효표는 총 1,822표. 약 20%에 달하는 학우들의 의견이 확인도 못해본 채 무효로 처리되면서 묵살됐다. 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

부실한 학생자치의 시작

  본지 1115호(2016년 5월 16일 발행)의 ‘대학사회의 양성평등, 유리천장은 깨졌는가?’기사에서 학생회장 입후보 과정에서 불합리한 의사가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작년 우리 학교의 모 학과 부학생회장을 역임  했던 A 학우는 “복학생 모임이나 남학우 모임에서 소위 ‘형들이 밀어주는’ 남학우가 학생회장이 됐다”며 “내가 부회장이었을 때처럼, 올해도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학생회장을 희망하는 여자 학우가 있었지만, 남학생 모임에서 언급됐던 남자 학우가 회장, 여자학우는 부학생회장이 됐다”고 말했다. 이른바 ‘형들이 밀어주는’ 남자 학우가 회장이 된다는 것이다.
  B 학우는 “학생 참여율이 저조하고, 특정 동아리에서 학생회를 맡는 경향이 있다”며 “내정은 아니지만, 동아리 내에서 합의하고 출마하면 단독후보이기 때문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해당 단과대가 직접적으로 회장을 내정한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학우들의 선택 이외의 요소가 선거에 개입될 여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학과 학생회장은 대학사회의 자치기구 시작단계로써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 48대 총학생회 선거에 입후보한 모든 정·부후보자들은 과 학생회장, 단과대 학생회장을 역임했다. 즉, 기초자치기구라고 할 수 있는 학과 학생회장을 통해 대표자로서의 경험을 시작하며, 이는 곧 전체 학생대표자인 총학생회 진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초자치기구의 대표자를 선발하는 과정이 올바르게 이뤄지지 않는 환경이라면 제대로 된 대학사회를 구성할 수 없을 것이다.

‘King Maker’ 대의원회?
과도한 권력집중

  이번 총학선거에서 가장 주목받은 곳은 대의원회다. 투표구 관리와 개표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대의원들의 무능함이 드러나 학우들의 많은 지탄을 받았다.
  대의원회는 세칙 상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통합학생회칙에 따르면 대의원 총회의 권한은 약 18개로 규정된다. 18개의 권한 중에는 ▲회칙 개정 발의·의결권 ▲예산 및 결산의 심의 확정권 ▲각 사업계획의 심의 및 승인권 ▲각 기구의 서무회계 및 기타 업무에 대한 감사권 ▲정․부총학생회장, 정․부총대의원장에 대한 탄핵권 ▲집행부 각 부장의 해임의결권 ▲각 학생 자치기구에 대한 선거관리권이 있다.
  즉, 대의원회는 입법‧감사‧탄핵‧선거관리권을 독점하고 있다. 이런 권한을 가진 상황에서 자칫하면 대의원회의 권력독점과 횡포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선거관리권을 가진 대의원들이 투표구 무효처리를 악용해 특정 후보자가 우세한 투표구를 무효처리 하도록 투표용지를 더 넣거나, 제대로 봉인하지 않으면 특정 후보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실제로 이번 48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이런 선거조작의 가능성이 나타났다. 배부된 표 보다 더 많은 표가 나왔고, 제대로 봉인하지 않아 해당 투표구가 전체 무효표로 처리됐다. 무효 처리된 3개의 투표구 중 2개는 공교롭게도 특정 선본의 정·부후보자가 소속된 투표구다. 이처럼 대의원들이 투표를 조작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대의원회가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는 부족한 상황이다. 대의원회는 회칙 제42조 8항에 따라 학생회장에 대한 탄핵권을 가진다. 하지만 학생회는 총대의원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수준의 장치밖에 없다.
  이렇게 집중된 권한과 임무는 대의원들에게도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의원회에 소속된 한 관계자는 “대의원회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집중됐다”고 말하면서 “우리들도 학생이기 때문에 학업과 동시에 이렇게 많은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많이 부담된다”고 말했다.

대의원회, 선출방식의 문제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대의원의 선출 방식이다. 통합학생회칙 제41조에 따르면 ‘학과, 학부 대의원은 학과, 학부총회에서 반드시 직선제로 선출한다’고 규정돼있다. 하지만 사회과학대 학생회칙에 따르면 ‘학과 회칙이 있을 경우엔 학과 회칙을 우선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인문대의 경우에는 각 과 대의원과 관련해 ‘선출 규정은 각 학과의 규정에 따른다’고 정해져 있다.
  각 자치기구마다 학생들의 대표자인 대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인문대 관계자는 “각 과 대의원장은 각 과 학생회장이 지원을 받아 배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즉, 회장이 대의원을 내정한다고 볼 수 있다.
  견제기구의 구성원을 견제 대상이 임명하기 때문에 대의원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런 의구심은 이번 중어중문과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 학과 회장 단독으로 학생회비를 횡령했지만, 1~2차 감사동안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결국 3차 감사에 이르러 중문과 내부의 자체감사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감사기구의 한계와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학생회비 횡령사건이 발생한 이후 학교 커뮤니티에는 많은 논란이 일었고, 대의원회에게도 비난이 쏟아졌다. 해당 사건과 관련한 관계자는 “각 과 회장들이 대의원을 추천할 때 책임감 있는 사람을 추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의원의 자질에 대한 의문이 드는 상황에서 학업과 병행하기에 큰 부담이라는 관계자의 증언을 놓고 봤을 때, 현재 구조에서 대의원회가 제 기능을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구조', 정답은 '관심'

  우리 학교 학생사회의 기구들은 다소 기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학생회가 있지만, 대의원회는 견제기구라 하더라도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또 그러한 대의원은 견제의 대상인 학생회가 임명하는 경우도 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의 가장 빠르고 정직한 해결 방법은 학생들의 관심이다. 지속적으로 학생회와 대의원회를 주시하고,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비판을 끊임없이 제기함으로써 정직한 학생사회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 학교의 학생들은 학생사회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5대 총학선거에서 58.72%의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이후 투표율은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번 48대 선거에선 53.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감소한 폭이 큰 편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조금씩 학우들의 학생사회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본지 1119호(2016년 10월 10일 발행)에서 진행했던 총학생회 인식 설문조사 중 ‘투표를 하지 않은 이유’의 답변을 분석해본 결과 ‘총학생회 선거가 있는지 몰라서’가 28%로 가장 많은 답변을 기록했다. 학우들의 무관심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학생사회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대의원회에 소속된 한 관계자는 “학생회장에 대한 관심도 저조한 상황인데, 대의원회는 오죽하겠냐”고 말했다. B 학우 또한 “학생 참여율이 저조하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고질적인 취업난과 개인주의적으로 변화하는 사회로 인해 학생들은 ‘학내 정치’라고 할 수 있는 사안들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대학은 교육의 장소이다. 교육은 학문 탐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인문·사회학적 경험을 통해 사회체제에 대한 바람직한 인식을 학습하는 것을 포함한다. 건강한 민주사회를 위해선 당장 우리 눈앞에 있는 학생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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