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운반과정, 만약의 사태 시 피해 규모 예측할 수 없어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KAERI)에 1987년부터 2013년 8월까지 약 3.3톤의 핵폐기물이 반입돼왔다.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사안임에도 인근 주민들에게 조차 알려진 바가 전혀 없어 KAERI의 의도적인 정보 은폐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KAERI는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보 은폐와 밀반입 의혹 등을 해명했으나 주민들의 우려와 분노는 식지 않고 있다.

밀반입 아닌 밀반입
  KAERI는 과거에도 핵폐기물 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바 있으며, 핵폐기물 관리·저장 현황을 규제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하 KINS)에 꾸준히 보고하고 있고 KAERI와 KINS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며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공시’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KINS로의 보고는 원자력안전법을 따른 의무사항 수행이었을 뿐, 주민을 향한 적극적인 설명이나 소통의 시도였다고 볼 수 없다. 위험성 높은 연구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기관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로 보기 힘들다.
  인근 주민과 대전 시민단체는 KAERI측의 이 같은 설명 부족과 적극적인 소통의 부재를 질타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조용준 팀장은 “KAERI는 핵폐기물 문제에 대해 주민들에게 전혀 설명한 바가 없었다”며 “3자 검증시스템을 통해 안전성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확실한 설명을 원한다”고 말했다.
  과거 핵폐기물 반입 당시의 운반 과정을 둘러싼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임만성 교수는 “운송 용기가 안전하게 설계됐다면 웬만한 외부 충격으로 인한 피해는 없겠지만, 만약의 사태 발생 시 그 피해와 규모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해 완전한 안전이 보장될 수 없음을 밝혔다. KAERI측은 “6주 전부터 계획을 세워 규제기관에 보고 후 감시와 경호에 따라 안전하게 운반한다”고 설명했을 뿐, 구체적인 운반과정은 베일에 싸여있다.

반출 결정, 반입 중단하겠다는 뜻 아냐
  논란이 가중되자 KAERI는 사용하지 않는 핵폐기물에 한해 반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핵폐기물 반입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출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이어진다. 반출 입장을 밝혔음에도 KAERI는 구체적 반출 계획을 수립하지도, 충분히 설명하지도 못하고 있어 논란 잠재우기식의 대처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 중단 요구
  KAERI는 내년 핵폐기물 재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로의 시험 개발을 실시한다. 파이로프로세싱은 핵폐기물 재처리 방식의 하나로, 폐기물 총량을 1/20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이다. 하지만 필요성에 대한 의문과 핵폐기물을 이용한 실험의 위험성으로 실험 중단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경제성의 이유로 파이로프로세싱의 연구를 중단했으며 일본과 프랑스의 경우 몇 차례 큰 사고가 발생하자 고속로를 폐쇄했다.
 
  현재 유성구에는 KAERI 내의 하나로원자로를 비롯한 핵 연구·생산시설이 밀집돼있다. KAERI 내에서는 최근에도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했으나 국가기관이라는 이유로 오로지 KINS의 규제를 받으며 철저한 감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올 초에야 반핵단체들의 요구로 관련 조례가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