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대학가 시국선언, 우리 학교 총학생회 및 교수들도 참여해

지난 5일 서구 둔산동 타임월드 앞에서 충청권 대학생 시국선언 대회가 열리고 있다.

  ‘가만있지 않겠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대학가에서는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경희대학교 총학생회를 시작으로 우리 학교를 비롯해 전국 100여 대학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시국선언을 논의 중인 학교와 할 예정인 학교를 더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의 총학생회 단위의 시국선언을 넘어 학생단위 간의 연합 시국선언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시국선언문 발표 및 낭독뿐 아니라 각 대학의 특성 있는 시국선언이 이어지며 다양한 참여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대학가의 시국선언 
  시국선언이란 교수, 재야인사 등 지식인이나 종교계 인사들이 정치ㆍ사회적인 나라의 시대 상황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자신들의 우려를 표명하며 해결하기를 촉구하는 것을 일컫는다. 우리 역사 속 시국선언의 대표적인 예로는 1960년 4·19혁명 이후 4월 25일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이다. 해당 시국선언을 통해 이승만 대통령은 다음날 하야했다. 이렇듯 역사 속에서 교수들은 시국선언으로 사회적‧정치적 사안에 참여해왔다.
  최근 대학가 시국선언은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 이후 대학생들의 가장 적극적인 정치‧사회 참여로 여겨지며 주목 받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시국선언 이전에도 대학생들의 정치참여는 있어왔다. 2013년 12월 10일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고려대학교 학생의 ‘안녕들하십니까?’가 대표적이다. 대학생 집단 단위가 아닌 개인의 의사표현이었기에 시국선언으로 보기 어렵지만, 2010년대를 들어서서 대학생들의 정치참여 목소리가 사회의 큰 주목을 받은 대표적 사례이다. ‘안녕들하십니까’는 대학 사회에 ‘대자보 문화’를 다시금 화두에 올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10월 26일 경희대학교 총학생회를 시작으로 일주일 동안 전국 대학의 약 100여 곳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이러한 점은 특정 사안이 개인단위의 의사표현을 넘어 학생자치기구 중심의 시국선언과 같은 집단적 성격을 띠는 것이다. 손병우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의 시국선언 참여가 대학가에 확산되는 원인에 대해 “청년들이 해마다 바뀌는 잘못된 입시체제로 어렵게 대학에 들어왔고, 입학 후에는 학과 통폐합 등의 온갖 어려움을 겪고, 또 졸업이 다가와도 갈수록 불확실하고 불안정해지는 청년 취업에 많이 답답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손 교수는 “현 상황 속 답답함을 느끼던 많은 청년들에게 최순실 게이트가 대학생들의 시국 참여에 직접적 원인이 된 즉, 방아쇠를 당긴 ‘격발효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 교수는 “고려대 ‘안녕들하십니까’와 같은 대학생들의 목소리에 대해 그동안은 기성세대를 비롯한 사회의 메아리가 적었던 것”이라며, 대학가의 시국선언이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에 대해 “그만큼 이 사안이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범국민적으로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일 발표된 한국갤럽이 지난 1일에서 3일 동안 조사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 대해 긍정평가는 5%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20대 지지율은 1%였다.
  대학가의 시국선언은 어떤 의의를 가질까? 이에 손 교수는 “각자 개인적으로 눈앞에 닥친 현실 속에서만 어떤 부조리함을 느껴오다가 이제 시국선언을 통해서 각자 개인이 가져왔던 눈앞에 현실에서 느껴지던 감정에 대해 거시적이고 총체적으로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서 의의를 가진다”고 답했다.
  우리 학교 A교수는 “오늘날 정치‧사회 문제에 회의감이 확산됐고 더 나아가 혐오감마저 팽배해 있다. 시국선언 이슈 계기로 해서 정치‧사회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고 학생들을 포함한 국민들이 지켜보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고 이번 시국선언이 갖는 의의를 해석했다.

 

발 빨랐던 총학생회, 4시간 반 만에 모인 207명의 교수들, 뜨거운 학우들의 반응
  우리 학교 총학생회의 경우 지난 10월 27일 오후 11시에 공식 SNS를 통해 시국선언 계획을 발표했다. 다음날 28일 오후 1시 우리 학교 민주광장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현장에는 수십 명의 학우들이 참여했으며 마련된 설문조사에 응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총학 시국선언 현장에 참여한 이원재(언론정보·4년) 학우는 “총학의 시국선언을 한다기에 직접 참여했다. 실제 현장에서 보니 대학생으로서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금요일 오후 시간대였음에도 많은 학우들이 총학 시국선언 현장을 가득 매웠다. 정예지(언론정보·1년) 학우는 “평소에 관심은 많았는데 우리 학교에서도 총학이 시국선언을 한다기에 참여했다. 많은 학우들이 참여해 감동을 받았다.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참여해준 모든 학우들이 자랑스럽고 고맙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또한 A학우는 “원래 오늘 수업이 없는 공강에 비도 오는데 시국선언 보러 학교를 왔다. 시국선언 발표 자체에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 응원한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또한 지금까지 최근 총학생회 차원의 사회 현안에 대한 의견 표출이 미비했던 우리 학교가 시국선언문을 발 빠르게 발표한 것을 두고 우리 학교 A교수는 “우리 학교 학생들의 움직임이 지난 몇 년간 늦거나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이번에 총학이 시국선언을 빨리 해서 굉장히 놀랐다. 분명 이전과는 분위기가 다름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28일, 우리 학교 교수 207인이 발표한 “박근혜는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는 제목의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우리 학교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은 선언문 발표라는 행위에 대한 반응뿐 아니라, 시국선언문 전문이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회자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더욱 눈여겨볼 대목은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이날 발표한 교수 시국선언문은 오전 11시에 우리 학교 교수들을 상대로 서명 메일이 전달됐으며, 석간신문 마감 시간에 맞춰 오후 3시 반까지 답변 메일만을 서명에 담았다. 금요일 오후 급히 시국선언 서명 모집이 진행됐지만 4시간 반 만에 207인의 교수가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실제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대한 우리 학교 커뮤니티 ‘유어유니브’ 속 학우들 반응은 뜨거웠다. “어른의 글이란 이런 것인가 봄”, “달필이다”, “명문이다”라는 선언문 자체에 대한 긍정적 반응에서부터, “존경합니다”, “등록금 낼만하다!”, “교수님들 자랑스럽습니다”라는 댓글을 통해 시국선언 주체인 교수에 대한 경의의 표현까지 이어졌다.
 
다채로운 모습으로 발전하는 대학가 정치참여 
  최근 대학가의 시국선언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국예술종합대학이 굿판 퍼포먼스로 ‘시굿선언’을 실시했다. 이어 지난 1일에는 고려대학교의 경우 ‘박공주 헌정시’가 연세대학교의 경우 ‘공주전’이 SNS상에서 크게 이슈가 됐다. 이에 손병우 교수는 “대학가의 시국선언이 퍼포먼스, 조크 조롱형태의 문학적 표현물들로 나오고 있다. 이러한 청년들의 어떤 외침에는 특징이 있다”며 “표현방식에 있어 진지한 외침, 처절한 투쟁도 있지만 문학‧해학적인 표현, 예술 행위, 퍼포먼스 등 이런 다채로운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이 청년들의 저항운동의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다채로운 표현방식을 두고 손 교수는 “청년들은 심각하고 치열한 투쟁에서부터 창의적이고 포용력이 굉장히 넓은 문학‧해학적 표현까지를 포함한 다양한 방식의 대응을 보여주는 것”이라 설명했다. 손 교수는 또한 "현 시대를 반영해 다양한 매체까지 능숙한 활용이 더해진 풍성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우리 학교 A교수는 이에 대해 “시대에 맞는 표현이 있기 때문에 표현의 다양화는 그것이 전달되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여진다”고 이야기 했다.

 

시국선언으로 본 대학생의 정치참여와 앞으로의 전망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은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정치참여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최근 타 대학에서는 총학생회 차원의 시국선언 발표를 놓고 실제 격론이 오가는 등 많은 논란이 있었다. 특히 한 대학의 경우에는 시국선언을 거부한 총학이 ‘중립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 손 교수는 “사안에 대해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것과 표현하지 않는 것 그 자체가 표현의 자유”라며 “예를 들어 ‘중립선언’이라는 표현을 통해 대학사회에서 ‘중립을 선언하는 것이 중립인가’라는 식의 ‘중립’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학생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 라수정 행정학과 외래교수는 “하늘의 별따기가 돼버린 취업 때문에 자기 앞가림을 하기에도 벅찬 대학생들에게 정치적 관심을 주문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대학교수들과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은 행동하는 최고의 지성이 향유할 수 있고 또 향유해야만 하는 최고의 권리”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라 교수는 “이러한 권리가 작동하는 모습이야말로 아무리 정치권과 사회각계각층이 썩어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단서”라고 말했다.

  최근 잇따르는 대학가의 시국선언은 우리 사회에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디디고 선 땅에 여유가 없어 정치와 사회에 대한 관심이 전무하다고 여겨졌던 청년들, 바로 그 청년들이 전면에 나서 적극적으로 시국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대학가의 시국선언은 역시나 청년들이 미래의 희망이며 등불임을 보여줌과 동시에, 정치 혐오와 무관심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요즘 청년들이 이렇게까지 소리를 외쳐대는 현 시국이 바로 그 메시지다. 우리를 둘러싼 추위는 갈수록 혹독해지지만, 꺼진 듯 보였던 대학가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뜨겁다. 가만히 있지 않은 대학가의 외침이 꽁꽁 언 마음에 입김으로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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