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
                                                      신지환

분명 너는 내게
만물의 괄호였다.
너로 인해 일어나서 시작하는 하루엔
너로 인해 일어나지 않는 일이란 없었다.
모든 곳에 있는 너와 함께 하루를 마치며
하루하루 나는 달콤히 채워졌다.

한데 그 무서운 것은
만물의 괄호를 너로 채워 넣기에
충분히 관대한 자신을 할애했고
꽉 찬 괄호는 새어 나갈 틈 없는 원,
기분 나쁜 완전함이 되었다.

기분 나쁠 정도로
달아 보이는 원 같은 사탕 그리고
유리알 사탕을 핥고 있는
나는 언제인가부터 표정이 없다.
지독하게 달콤한 세상은 묘하게도
진정 달콤한 것을 찾기가 힘들다.

더 이상 채울 수 없는 새까만
괄호를 덮어버리고 나는
바싹 마른 혀와
너의 나신을 목도해도
솟지 않는 페니스를
숨과 같이 거두고

영원히 찾을 수 없다 장담하는
영원한, 무한한 괄호를 찾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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