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도올 김용옥 선생이 전하는 중용 인간의 맛

  “이 책은 <중용한글역주>를 어렵게 느끼는 일반 대중을 위하여 쉽게 풀이한 책이다. <중용한글역주>를 요약한 요약본이 아니다. 현대인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이한 책이다.” 이렇게 소개를 받아서 책 내용을 쉽게 생각하고 구입을 했다. 하지만 제1장부터가 고난인 책이다. 나의 독서 능력이 부족함을 반성하고 이 책을 읽을 방법을 생각했다. 문득 EBS 방송에서 ‘중용’에 대해 강의를 보고 있다는 친구의 말을 떠올랐다. 인터넷을 찾아 저자의 중용 강의를 보면서 책을 읽었다. 강의 시청 시간까지 고려하면 한 권의 책을 읽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물론 강의 덕분에 책의 내용이 한결 쉽게 다가왔지만, 사실 100% 이해하지 못했다. 동양과 서양의 지식과 학문적 성과를 몽땅 틀어넣고, 그 안에 담는 키워드와 배경지식은 화려했다. 동양고전인 '중용'을 말하면서도 서양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우리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이야기한다. 이러한 저자의 집필구조는 상당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따라가기 힘들다. 『중용』 본문을 바탕으로 저자 나름의 생각을 현대사회에 맞게 주석을 달고 해석을 한 책이다. 강의,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인상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중용의 저자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는데 사서(四書)는 그 모습대로 중국고대경전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사서는 12세기 송나라의 주희가 외래종교인 불교에 대하여 주체적 철학을 회복하기 위하여 만든 유교운동의 새로운 경전이다. 『중용』은 그 사서 중의 하나로서 유명해졌는데, 그것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지은 것이다.
  칸트철학은 서구 근대 계몽주의의 완성인 동시에 근대적 인간에 대하여 명백한 한계를 부여하였다. 인간의 위대성과 인간이 겸손해야만 하는 이유를 밝혔다. 지금 한국사회는 젊은 학도들의 학문적 업적이 비약적으로 축척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철학을 창조해야할 시점에 왔다. 한국의 젊은 학도들에게 분발하고 창조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용』은 인간의 본성을 가치론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모든 일시적 규정성은 허구다. 인간의 삶은 과정이다. 과정이란 끊임없는 수도의 세계이다. 수도는 결국 몸의 닦음이다. 나의 몸이야말로 나의 하나님이다. 본인 스스로의 몸을 경배해야 함도 이야기한다.
  예수는 은미(隱微)를 하늘나라의 비밀로 생각했다. 그러나 자사는 은미를 인간의 고독한 실존의 깊이로 파악했다. 그 깊이에서 우리는 미발(未發)의 중(中)을 만난다. 그러나 중(中)은 반드시 화(和)로 발전해야 한다. 교육의 목표는 감정의 조화를 달성하는 것이다. 남북을 화해시키고 정치, 종교, 사회의 모든 갈등을 화(和)로 만들어야 한다며 갈등이 가득한 현대사회에 일침을 가한다.
  효는 서구인들의 인간관이나 가치관이나 행동규범에 결여되어 있는 동아시아 문명의 고유의 문화유산이며 21세기 인류문명의 지향점이다. 한국인은 기독교도 효기독론에 의거하여 수용하였다. 그러나 효가 펼쳐지는 마당은 수직적 구원이 아닌 수평적 연대의 역사의 장이다. 효는 혁명의 주체 세력의 연속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효는 협애한 혈통의 국한성을 벗어나 인간의 선업을 선계함으로써 인간세의 보편적 도덕성을 구현한다. 젊은이들의 효를 실천해야 함도 역설했다.
  인권(人權)보다 더 중요한 개념이 물권(物權)이다. 물권이 무시되면 궁극적으로 인간은 설 자리가 없다. 인간은 자기의 타고난 가능성을 다 발현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천지의 화육을 도와 하늘과 땅과 더불어 삼위일체 되어야 한다. 수신의 궁극은 화(化)에 있다. 혁명은 반드시 화(化)를 달성해야 한다. 지성(至誠)은 하나님과도 같다. 그래서 지성은 구현한 자는 전지(前知)할 수 있다. 지성의 세계는 스스로 이루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스스로를 조직해가는 우주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외재적 존재를 믿지 말고 자성(自成), 자도(自道)에 대한 책임을 질 생각을 하라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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